마사회-서울대, 경주마 유전체 분석기법 세계 최초 개발

혈액검사로 경주마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첨단기법이 개발돼 한국경마 발전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경마공원 도핑검사소. 한국마사회 제공
KRA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와 서울대 산학협력단(단장 생물정보학 김희발 교수)은 자체 개발한 경주마 능력관련 유전자(DNA)칩을 이용해 한 차례의 혈액 검사만으로 경주마의 경주력 뿐만 아니라 후대능력까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말 유전체 분석 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마사회가 2008년부터 진행해온 '한국 경주마 개량을 위한 유전자 연구'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한국마사회 씨수말 14두 포함 경주마 960마리를 대상으로 DNA를 분석, 5만 개의 유전정보(SNP) 중 경주능력 유전자 192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전체 분석 기술을 사용하면 말의 피 몇 방울만 있으면 이 말이 단거리에 강한지, 중장거리에 강한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자마들이 한국경마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지를 등을 예측할 수 있다.

경주마의 질주 본능은 순발력ㆍ근력ㆍ폐활량 등 육체적인 능력과 승부 근성·사람과의 친화력 등 정신적인 부분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질주 본능의 30% 이상은 유전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아무리 후천적 훈련으로 능력을 개발한다 해도, 아무 말이나 뛰어난 경주마가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마사회는 유전체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K-Nicks'로 명명한 경주마 최적교배프로그램을 말혈통정보 홈페이지(http://studbook.kra.co.kr)를 통해 3월 2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경주마 DNA 정보의 해독을 통해 경주마의 개체별 경기력 및 특성을 파악하고 환경요인을 최대한 제거한 유전능력(육종가)을 경주마 교배에 활용한다는 것.

한국마사회는 서울대와 산학협동으로 연 2회(1, 8월)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해 마필별로 유전능력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 점수를 '육종가'라고 한다. 육종가는 0을 기준으로 우수한 유전능력을 갖춘 말일수록 더 작은 수를 갖게 된다.

한국마사회 이진우 차장은 "기존 씨수말을 통한 경주마 혈통개량은 후대를 키워 경기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이 나와야 우수성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최소 7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한 혈통개량은 검사 당대 확인으로 끝나기 때문에 개량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국산마 혈통개량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말 생산자는 이번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이용해 유리한 교배선택을 할 수 있다. 일단 육종가를 통해 우수한 능력마들을 고르고, 마사회 말혈통정보 홈페이지에 있는 '최적교배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의 씨암말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씨수말을 고르면 된다.

경마계는 이번 연구를 통해 종마 분야가 말 산업 발전에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마로 사용되는 서러브레드(Thoroughbred)는 세계 공통의 등록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국내에서 생산한 말도 외국 경마에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이용해 뛰어난 경주마를 생산하면 국내산 말을 수출할 수 있고 해외 경마를 제패하며 가치를 한껏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앞으로 중국 경마시장을 겨냥해 경주마 생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