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죽었다

분당으로 옮겨간 뒤 유명무실해진 디자인센터를 당인리 발전소로 이전해 복합문화 시설로 재탄생시키자는 제안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백년대계가 되어야 할 디자인 정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상황에서, 디자인의 본질을 찾으려는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 나왔다.

19세기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함으로써 신이 종교적인 인간에 의해 해석・왜곡되어 인간의 삶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을 위한 디자인'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다.

신간 <디자인은 죽었다>는 우리나라 디자인의 현실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디자이너들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정치에 편승하여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공공디자인의 현실,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디자인 교육 과정, 과대 포장이나 저급한 디자인을 쏟아내는 디자인 남용, 최선의 디자인이 산출되기에는 맞지 않는 부조리한 여건이나 시스템 등 디자인 안팎의 문제에 대한 디자인 내부의 변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18명의 필자는 모두 디자인 실무, 교육, 비평, 연구의 현장에서 오랜 경험과 식견을 축적한 중견 디자이너들이다.

강변북로를 따라 가다 보면 여의도 맞은편 북쪽 강변에 우뚝 솟은 커다란 굴뚝을 볼 수 있다. 흰 연기(사실은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그곳이 바로 당인리 화력발전소다. 권명광은 디자인센터가 분당으로 이전한 이후 지리적인 연유로 유명무실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디자인센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당인리 발전소로의 이전을 제안한다. 당인리 발전소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구로디지털단지와 삼각 축을 형성하는 핵심 지역으로서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키자는 것이다.

박현선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시각 요소, 서울을 상징하는 요소가 너무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암스테르담과 베를린의 도시 브랜드 적용 사례를 들면서, 서울의 브랜드를 높이는 해결책, 명품 도시 브랜드 만들기 전략으로 시간 디자인, 생각 디자인, 버려진 파편을 디자인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오근재는 독립문역 사거리, 정동 사거리, 송월길이 문화재 복원이라는 미명하에 권력의 개입에 의해 그 의미가 변질되고 있음을 조목조목 따져 밝혀내고 있다. 리코드(한국디자인연구소) 엮음. 두성북스. 1만8,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