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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양희은 '하얀 목련'

병실밖 만개한 꽃에 반해 유언처럼 쓴 시
화사한 계절 봄이다. 꽃은 원래 봄꽃이 그만이다. 이른 봄에 만개하는 하얀 목련이 순백색으로 도심을 환하게 채색시키면, 사람들은 완연한 봄기운을 느낀다. 임금을 향한 충절을 의미하는 목련 꽃은 서양에서는 팝콘에 비유하고, 불교에서는 나무에 핀 연꽃이라는 의미로 목련(木蓮)이라 부른다. 지난 1982년 일본의 어느 농촌 마을에서 2,000년 전에 목련이 서식했던 흔적을 발견했었다. 그곳에서 발견된 목련 씨앗 중 일부를 심은 결과, 싹이 텄다고 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영원불멸의 생명력인가.

봄노래들을 들어보면 꽃을 소재로 한 곡들이 참 많다. 봄에 피어난 여린 꽃들이 다른 계절의 꽃들보다 화려하고 강인해 보이는 것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봄노래에는 기본적으로 활기찬 생명의 역동과 고난 극복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한민족의 상징이 흰색이듯 흰색은 한의 정서로 가득하다. 하얀 목련은 피고 지는 모습 모두가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꽃을 피우는 빠른 속도만큼이나 낙화 또한 속절없기에 사람들은 덧없이 시들어버리는 젊음과 인생을 목련꽃에 비유하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가사 대상 수상

'목련'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는 무수하다. 양희은을 필두로 한영애, 강영숙, 정윤선, 유미리, 장유진 등 유독 여성가수들의 노래가 많다. 여심은 춘심이라 했으니 여가수들이 목련의 이미지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당연할 것 같다. 물론 남자가수 배호가 부른 '목련화'와 강승원이 부른 '목련이여' 같은 노래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밤사이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에 꽃잎들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애잔하고 비장함이 담긴 양희은이 노래한 '하얀 목련'의 가사와 멜로디는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목련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 중 최고의 명곡은 양희은의 <하얀목련>일 것이다. 가수의 드라마틱한 자전적 내용을 담은 이 노래는 직접 작시한 슬프도록 아름다운 가사말로 대한민국 가사대상까지 수상했다. 명곡의 필요조건 중 하나인 후대의 리메이크작업도 간과할 수 없다. '하얀 목련'을 리메이크한 여자가수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유독 남자가수 최성수, 박강선 그리고 작곡가 김희갑과 최종혁이 연주곡으로 리메이크 작업에 참여한 사실은 이 노래를 여성은 물론이고 의외로 남성들까지 은근 좋아한다는 증명이다.

노래에 얽힌 사연은 비장하고 애틋하다. 사연은 이렇다. 70년대에 자신이 부른 상당수의 노래가 금지의 멍에를 쓴 1980년, 양희은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럽과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1982년 여름에 귀국했다. 여행을 통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았건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암이었다. 건강은 망가지고 경제적으로도 힘겨웠던 서른 즈음의 양희은은 선배들이 수술비를 모금했을 정도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난소에 까지 퍼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그녀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두려움과 번민 속에 매일같이 기도에 매달렸다고 한다.

김희갑 멜로디 얹혀 히트

나른한 봄기운이 화창했던 1983년 어느 이른 봄 날. 기도를 마친 후 무심코 창밖을 본 그녀의 메마른 시선은 눈부시게 피어있는 하얀 목련에 한동안 머물렀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자신의 처지와 정반대로 너무도 아름다운 하얀 목련을 보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릴지 모를 화려했던 자신의 젊음과 인생을 정리하는 시상이 떠올랐다. 병실 창문 밖에 만개한 하얀 목련을 보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유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는 한편의 짧은 시를 썼다.

기적적으로 소생한 양희은은 절대 절명의 순간을 담아낸 자작시를 작곡가 김희갑의 멜로디에 얹혀 노래로 만들었다. 불후의 명곡 '하얀 목련'이 탄생되었다. 라디오 진행을 다시 맡으며 활동을 재개했을 무렵, 그녀의 노래들은 금지의 족쇄에서 벗어났다. 비장한 감정을 절제된 보컬로 세상에 던진 '하얀 목련'은 무수한 대중을 감동시켰고 이후 발표한 하덕규 곡 '한계령'까지 연타석 히트퍼레이드를 벌이며 재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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