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LED·그린·에너지… 당신 선택은?●친환경 직업 '그린 칼라'7종

식물공장
● 관리원
●LED 조명 설계원

●에너지 진단사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인
●그린 디자이너
●보전생물학자

친환경 녹색일자리를 공략하라. 친환경 열풍이 직업 전선으로까지 확대됐다. 환경오염이나 기후 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친화적인 직업군, 일명 '그린 칼라'가 각광받고 있는 것. 우리나라도 2009년 정부의 녹색뉴딜사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붐이 일기 시작했다. 돈도 벌고 지구의 미래도 지킬 수 있다니 그야말로 마당 쓸고 동전 줍는 격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여, 여기 소개하는 7가지 그린 칼라에 주목하자.

10여곳 민간공장 가동 중

관리원

따분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귀농은 부담이라고? 이런 경우엔 차세대 농부라 할 만한 관리원을 고려해 보자.

은 도심 속 빌딩에서 빛·온도·습도 등의 재배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 사시사철 채소나 과일을 생산하는 일종의 도시농장이다. 연중 생산이 가능한 만큼 생산량 증대와 안정적 공급 능력이 확보되며 배송거리 단축에 따른 연료 사용량 저감을 통해 환경에도 유리하다.

당초 은 일조 시간이 짧은 북유럽에서 생겨났지만, 오늘날 지구 환경 변화와 맞물려 세계 각국의 신농업 기술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빌딩형 과 경기 용인·화성, 경북 구미 등에서 10여곳의 민간 이 가동 중이다.

국내의 에서는 주로 상추나 배추 등 신선채소를 재배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메밀싹·보리싹 등의 새싹채소, 인삼을 비롯한 기능성 채소 등도 활발히 생산, 고급 식자재로 유통되고 있는 상태다.

관리인의 주 업무는 농산물 생산을 위한 환경제어, 자동화 등 고도의 기술을 운용하는 일이다. 주로 컴퓨터에 의해 환경조건이 제어되므로 많은 노동력, 특히 몸을 쓰는 1차원적 노동력은 거의 필요치 않다. 카스트친환경농업기술이 운영하는 경북 구미 도 8층 높이의 345㎡(104.5평) 규모지만 관리 연구원은 3명에 불과하다.

카스트친환경농업기술 박진석 사업팀장은 "관리 연구원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다"며 "다만 현 연구원들은 원예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별다른 노동력을 요하지 않는 은 노년층도 손쉽게 운영할 수 있어 미래 실버직종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에 대한 국내 특허출원이 최근 급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특허청에 따르면, 2008년까지 매년 5건 미만이었던 관련 특허출원이 2009년 11건, 2010년 38건, 2011년 36건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농경방식에서 벗어나 의 새로운 첨단 농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관련 자격증 소지자 가산점

LED 조명 설계원

전기·전자 전공의 이공계 출신이라면 조명 설계를 천직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냥 조명이 아니라 LED조명 말이다.

전기에너지를 곧바로 빛에너지로 변환하는 LED 조명은 백열전구보다 80%의 절전효과를 제공하고 평균수명도 15~25년이나 된다. 때문에 기존 조명시스템을 대체할 유력한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LED로 각종 조명 장치를 제작·제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숲 해설가
LED 조명 설계원이 되려면 LED에 대한 기초지식에서부터 LED 조명의 제어 및 설비 등 실무까지 두루 섭렵해야 한다. 여기에 전자·반도체 관련 자격증 소유자는 추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한국LED조명공업협동조합 강성민 R&D팀장에 따르면 올 하반기를 즈음해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주도 하에 대학 평생교육원 내 관련 학과가 개설될 예정이다. 강 팀장은 "이미 국내 대기업과 벤처 기업들은 LED 조명 등의 산업군 성장을 예측하고 연구개발 기술인력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활발한 인력 채용이 예상돼 취업전망이 매우 밝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림청장 인증 교육 받아야

숲을 사랑하는 자연주의자들은 자연의 언어를 전하는 가 안성맞춤일 듯.

얼핏 생각해도 이는 매우 낭만적 직업이다. 휴양림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숲을 거닐며 동식물의 생태나 특징에 대해 알려주는 게 주 업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숲이 가진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알리고 산림 휴양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가 되려면 산림청장이 인증한 교육과정 이수가 필요하다. 숲해설가협회 등 관련단체,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교육과정을 운영 중으로, 이를 통해 역량을 키워나가면 된다.

1999년 이래 국내에는 이미 2,500여명의 가 활동하고 있다. 숲해설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50~60대 은퇴세대들은 자원봉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30~40대의 젊은층들은 산림청 관련 시설에 취업,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손실 요인 잡고 개선 유도

에너지 진단사

오늘날 전 세계의 화두는 단연 에너지다. 여기에 부합하는 최적의 직업이 있다. 바로 에너지 진단사다. 각 기업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측정·분석·평가해 에너지 손실 요인을 잡아내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연 1회 자체적인 자격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진단에 특화된 국내 유일의 자격시험으로 열과 전기 부분으로 나눠 에너지 저감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및 실무경험을 평가한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환경 시장 분석 능력도 필수다. 4년제 대학 이공계 졸업자나 4년 이상의 에너지 관련 분야 종사자라면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한국은 2015년 시행 원년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시행을 겨냥해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이 돼 보는 건 어떨까.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국가나 기업 간에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것으로,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정해진 제도다. 이미 유럽에서는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5년을 시행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 제도의 시작과 동시에 필요한 직업이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이다. 탄소배출권 매매 국가나 기업 사이의 거래를 주선하는 이들 중개인은 최적의 거래 시점과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거래의 성사를 표방한다.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식견을 넘어 정확한 국제시장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 때문에 환경공학, 에너지공학, 국제통상학, 경제학, 경영학, 금융학 등을 두루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녹색일자리가 그렇듯 이 직업 역시 아직은 생소하다. 국내 전문가도 기껏해야 5명 안팎 수준. 때문에 전문인력 양성 과정이 매우 희소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국기후변화대응전략연구소(KRICCCS)가 작년 5월부터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10주간 탄소배출에 대한 환경 지식과 거래제에 필요한 실무지식을 익힌 다음 민간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KRICCCS 윤인택 소장은 "3년 후의 비전을 보고 지금부터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지난해 초만 해도 교육 지원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올 2월 모집에서는 40명 정원에 30%나 초과 지원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 등지로 탄소배출권 판매를 원하는 국내 기업은 공공기업체, 지자체 중심의 20여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윤 소장은 "조만간 관련 법안이 정식으로 통과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관련 업무 인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이후 중개인 수요는 매우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도를 항공업계로 확대했다. EU를 드나드는 전 세계 항공사에 배출허용량이 통보된 것. 이로 인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는 물론 삼성 등 전용기를 운영하는 국내 5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탄소 제로'가 미래의 주요 화두인 만큼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재활용률 높이는 디자인

그린 디자이너

평소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다면 그린 디자인에 도전해 볼만하다.

그린 디자인이란 한 마디로 제품의 개발·생산·유통·폐기의 전 과정에서 환경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 최근 그린 패키지 디자이너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들은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다.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재활용이 용이한 치약 튜브, 포장지까지 식용 가능한 과자상자 등이 대표적 실례다.

이 직업을 가지려면 미술이나 디자인 전공자가 유리하다. 기업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는 전공자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현재 국민대를 비롯한 국내 몇몇 대학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그린 디자인 전문 과정을 개설해 둔 상태다. 여기서 그린마케팅 이론, 기업 친환경 전략, 그린 디자인 사례 등을 배울 수 있다.

위기종 멸종 막을 방안제시

보전생물학자

지금 당장의 생계보다 학문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면 보전생물학자를 권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봤을 때, 지구 생물종의 삶을 구하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주 업무는 21세기의 주요 화두인 생물다양성 보호에 생물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 쉽게 말해 생물들의 멸종을 막을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멸종 위기종들이 다시금 생태계에 번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따라서 보전생물학자들은 생물 보호와 관련된 전방위적 영역을 관심사로 삼는다. 환경 변화와 멸종 위기 동식물의 보전 및 복원, 동식물의 상호작용과 그들의 가치, 지역 특이적 식생 동태 등이 그것이다. 생물학에 기반한 '융합과학'인 셈이다.

그런 만큼 섭렵해야 할 학문 영역도 방대하다. 생물학, 생태학은 물론 유전학과 분류학·통계학 등도 공부해야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현장 조사에서 지역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인문학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후문.

국내 대표적인 보전생물학자인 공주대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는 "보전생물학은 '최신학문'으로, 국내에는 2000년대 들어 본격 연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나 그는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가운데 생물종을 살리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참고로, 유 교수가 이끄는 환경및보전생물학연구실에는 총 14명의 학부 및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그들의 주요 연구는 특수한 지구온난화 실험 장치를 이용해 멸종 위기 식물종의 성장 및 야생 복원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의 주 타깃은 제주도 특산 식물 제주고사리삼이다. 제주고사리삼은 단순 멸종 위기종을 넘어 식물 진화상의 미스터리라고 할 만한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 식물로 학술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원형대로 보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전생물학의 역사는 짧지만 앞으로 이 분야의 전망은 무궁무진하다. 유 교수는 "보전생물학을 공부한 학생들은 이후 환경 관련 공무원으로 일하거나 대학, NGO 등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개원할 국립생태원은 보전생물학자들의 주요 거점이 될 전망"이라고도 귀띔했다.

■은?

美 환경과학자가 미래 식량난 해결 위해 제시한 개념

(vertical farm)은 지난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환경과학자 딕슨 데스포미어 박사(사진)가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다른 말로 '마천루농장' 혹은 '수직농장'이라고도 불린다.

마천루농장의 핵심은 농경지를 고층 빌딩 안으로 옮겨 와 한정된 공간 안에서 효율을 극대화한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실내에서는 빛·온도·습도·영양분 등 모든 조건을 최적의 상태로 제어할 수 있다.

내 모든 농작물은 수경재배로 키워진다. 수경재배는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전통 논경의 30배에 이른다. 때문에 은 같은 넓이의 일반 농경지에 비해 최대 30배 가량 수확량이 많다. 데스포미어 박사는 58층의 을 지으면 약 3만5,000명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내놓은 바 있다.

UN의 보고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현재의 65억명에서 9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을 모두 먹여살리기 위해선 한반도의 39배인 브라질 국토만한 농경지가 필요한 것. 은 바로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소란기자 ps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