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신 서승운 기수 데뷔 3개월 만에 최초 그랑프리 출전 올해 12승으로 다승 4위

서승운 기수는 두둑한 배짱과 쉼 없는 노력으로 작은 키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 서울경마공원의'작은 거인' 이다. 한국마사회 제공
요즘 경마계의 시선이 데뷔 8개월이 채 안 된 현역 최단신 기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경마공원에서 데뷔한 서승운 기수의 공식 프로필 키는 150cm다. 현역 기수 가운데 최단신이지만 활약은 180㎝ 장신 부럽지 않다. 그는 장거리 상위군 경주까지 가리지 않고 승수를 올리며 서울경마공원 다승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일 6경주에서 '아리랑특급'에 기승한 서승운 기수는 빠른 스타트로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결승선 300m를 남겨놓고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 막판 치열한 경쟁을 펼친 '연승연호'를 1마신 차로 따돌리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경주와 8경주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더비가드'와 '타임존'에 기승해 과감한 선두권 공략에 나서며 우승을 차지해 쌍승식 148배의 고배당을 터트리는 등 하루 동안 3승을 쓸어 담으며 과천벌을 술렁이게 했다.

서승운은 올해 통산 67전 12승을 기록하며 한국경마에서 내로라하는 문세영(33승), 오경환(16승), 박태종 (14승) 기수에 이어 다승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승운의 별명은 '작은 거인'. 현역기수 중 최단신이지만, 탄탄한 체력과 감각적인 기승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수 엘리트 코스인 마사고등학교 기수과를 졸업한 그는 고교 시절부터 기수에게 필요한 기승술과 말 관리를 몸에 익혀 데뷔 첫 해 12승을 올렸다. 특히 신인기수 최초로 데뷔 3개월 만에 두둑한 배짱과 기승술을 인정받아 한국경마 최강의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그랑프리에 '요동제왕'과 함께 출전하는 기회도 얻었다. 최근에는 물오른 기승술에 자신감까지 더하면서 조교사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기수들은 대체적으로 단신이 많지만 서승운은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작다.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신장 168㎝ 이하여야 한다. 부담중량이 경주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마에서는 체격이 왜소할수록 유리하다.

서승운은 자신의 체격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독특한 기승법을 이용하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 짧은 등자를 사용, 안정감을 더할 수 있고 달릴 때 공기 저항을 덜 받는 기술을 익혔다. 서승운은 신인기수들의 최대 핸디캡인 지나친 긴장감이 없고 경주마 템포조절에도 능숙해 대형 기수로서의 자질을 갖췄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어서 형사가 되고 싶었다. 키가 작아 포기했지만, 내 키의 배가 넘는 경주마를 타고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 기본이 탄탄한 기수가 되는 게 목표고 큰 경주에서 우승하는 것도 욕심이 난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내달 미국 연수를 떠나는 그의 목표는 하나다. 한국에서 습득한 기승술이 미국에서도 통하게 만들겠다는 것.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정상급 기수에 도전장을 내민 그의 말몰이에는 더 많은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매 경주 진화하는 그의 활약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