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은 연극무대에 중견 남녀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묵직한 고전 두 편이 막을 올린다. 1949년 초연된 이후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은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2012년 한국에서 <아버지>로 다시 태어난다. 또한 '현대 연극의 아버지' 입센의 <헤다 가블러>가 초연 후 120여년 만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프로무대에서 공연된다.

■<아버지>

<세일즈맨의 죽음>은 사회적 문제의 개인적 해결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연극인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왔다. 자살이라는 해결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윌리는 2012년 동시대를 사는 한국의 아버지 장재민으로 바뀌어 재탄생하게 된다.

아버지의 감정 흐름을 통해 자본의 억압에 대한 인간의 나약한 선택을 보여주는 연극 <아버지>는 현재를 사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고용 없는 경제발전이라는 한국경제 모델 속의 아버지 세대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아들세대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모순과 그 안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끈이라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의 고민,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이 해체되는 비인간적인 이야기를 무대에서 보여주게 된다.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와 윌리 역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맡았던 전무송이 세일즈맨 윌리가 아닌 외판원 장재민으로 바뀌어 고독하고 처절히 무너져가는 아버지를 선보인다. 4월 13~2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공연. 2만5,000~4만5,000원. (02)515-0405

■<헤다 가블러>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첫 신작공연으로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선보인다.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가진 가블러 장군의 딸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헤다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삶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현실과 영혼 깊숙이 자리한 이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욕망과 좌절을 치밀한 구성으로 담아낸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는 이 작품에 자신의 욕망을 넘어 타인의 욕망까지 탐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다. 박정희는 특유의 도전과 실험으로 주목받은 <하녀들>을 시작으로 <철로> <예술하는 습관> 등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는데, 그가 <헤다 가블러>에 적용할 또 다른 실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헤다 가블러>는 전 세계적으로 헤다 역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작품이 색깔이 확연히 달라져 왔기 때문에, 누가 헤다 역을 하게 되는지가 큰 관심사였다. 명동예술극장의 헤다는 <햄릿1999> 이후 12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이혜영이 맡아 관객들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5월 2~28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www.mdtheater.or.kr 1644-2003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