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4개 구단
"인프라 열악한데 늘려서 뭐하나
홀수 구단 운영시 파행 불가피
2014년 합류하기로 했잖은가"

●선수협·NC
"팬들은 2013년 1군 참여 원해"
마산구장 리모델링 등 대대적 투자
땀방울 흘린 NC선수들 허탈

2010년 12월이었다. 온라인 게임 업체 NC소프트가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9구단 창단은 프로야구의 오래된 숙원이자 모든 야구 팬들의 염원. 하지만 주변에서는 한 마디로 '쇼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연간 300억원 안팎에 비용 투자가 불가피한데 대기업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에서 과연 게임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대다수가 의문을 품었다. 이에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는 "개인 재산만으로도 100년은 굴릴 수 있다. 걱정들 마시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있은 직후 9구단 창단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해 2월 NC소프트에 우선 협상자권을 부여했고, 롯데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NC소프트 선정에 찬성했다. 한달 뒤엔 새로운 구장의 건립 등을 조건으로 NC소프트의 구단 창단이 사실상 승인되면서 초대 단장으로 이상구 전 롯데 단장이 선임됐다. 구단 대표는 이태일 전 야구전문기자, 사령탑으로는 베이징올림픽 신화를 이룬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이 각각 임명됐다. 그리고 9월6일, NC소프트는 마침내 연고지 창원에서 창단식을 갖고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의 깃발을 흔들었다.

롯데 강한반대…삼성·두산·한화도

하지만 기쁨도 잠시, NC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창단 때부터 줄곧 반대 의사를 표명한 롯데 뿐만 아니라 다른 3개 구단이 2013년 1군 진입은 안 된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NC는 그 동안 기존 구단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두 차례의 트라이아웃과 신인 드래프트, 2차 드래프트 등을 통해 나성범, 박민우 등 58명의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창단식 후에는 전남 강진과 제주, 미국 애리조나에서 혹독한 훈련을 하며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최근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다들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올해 2군에서 리허설을 치른 뒤 내년 1군에서 8개 구단과 재밌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그러나 지난 1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제3차 이사회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이사회에는 구본능 KBO 총재와 양해영 KBO 사무총장, 9개 구단의 대표들이 전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4개 구단이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허락할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장병수 롯데 사장은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우리 야구 현실이 무척 열악하다. 홀수 구단으로 운영되면 경기 일정도 불규칙해진다. 늘 1개 구단은 며칠씩 경기가 없는 날이 생기고, 결국 약체로 분류된 구단은 승률 올리기의 제물로 전락하고, 전체적으로 경기의 질까지 떨어져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고, 먼저 보안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론몰이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9구단 창단 당시 2014년에 1군에 진입하겠다는 의향서를 냈다. 그리고 (현실적인 인프라 만 놓고 볼 때) 국내 프로야구는 6개 구단이면 충분하다"고 강하게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롯데 외에도 이날 삼성, 두산, 한화 대표들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장 사장과 마찬가지로 "현재 국내 야구 인프라는 열악하다. 지금은 9구단 진입에 속도를 올릴 게 아니라 중ㆍ고교 야구에 대한 투자와 수 육성이 중요하다"며 "더욱이 창단을 승인할 당시에는 2014년 1군에 합류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선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유보한 KBO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실망하며, KBO 이사회는 이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승인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구단의 반대는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국민 여론과 팬들 대다수의 의견은 2013년 1군 참여다"고 확실히 못박았다.

4개 구단이 겉으로 야구의 질과 인프라 등을 내세우며 진입 시기를 유보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NC 선수들이다. NC는 통합창원시와 손을 잡고 마산구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고, 선수들은 누구 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2013년 1군 합류가 불투명해진 선수들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누구 보다 큰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 10구단 창단

4개 구단 대표가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반대한 또 다른 이유는 구단 수가 홀수라는 점이다. 9구단 체제로 접어들면 프로야구 일정은 파행이 불가피하고 다른 팀이 경기하는 동안 한 팀은 쉴 수밖에 없다. NC의 창단 직후 많은 전문가들이 "10구단도 서둘러 창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에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10구단 창단에 관해 외부 컨설팅을 요구했다. 빨리 10구단을 창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급히 결정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며 "조속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더 심사숙고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컨설팅 결과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충분한 설명을 듣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BO는 이날 10구단 창단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NC의 1군 합류 시기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10구단 안건은 다음 이사회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NC가 2013년 1군에 진입한다면 당장 내년 리그 일정을 편성해야 된다. NC 역시 지금부터라도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KBO가 확실한 역할을 못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됐다.

한편 10구단 창단 여부는 다음달 1일 예정된 실행위원회에서 심의를 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8일 예정된 4차 이사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하기로 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