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상하이 여의도 지멘스
캐나다 대도시 이미 노후화… 기반 시설 선택적 개량 필요 美 대부분 교외에 주거지… 유지 위해 비싼 비용 치러야 도시화 가속도 현실화 지구 온난화 대응·사회 발전 긍정적인 힘 될 것

도시는 마치 자석과 같다. 더 나은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찾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빨아들인다. 그러나 아무 대책 없는 도시화는 위험이 따른다. 가급적 많은 시민들이 매력적인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서는 각국의 상황에 맞는 현명한 기반시설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지난해 10월 31일 유엔은 전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구촌 인구가 60억명을 돌파한 이후 70억명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년이었다. 70억 번째 지구인은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가에서 태어난 아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 지구촌 인구의 대부분이 이들 국가에 모여 있으며 출산율도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아이는 도시에서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70억 번째 지구인은 아마도 브라질의 항구도시 헤시피에서 태어난 호베루토라는 남자 아이, 혹은 인도의 콜카타에서 태어난 아므리타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일 수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이날 태어난 무수한 아이들 중 필리핀 마닐라의 다니카 마이 카마초와 터키의 유수프 에페에게 상징적으로 '70억 번째 인류' 호칭을 부여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실제 주인공은 UNFPA 사무총장인 바바툰데 오소티메힌 박사의 고향인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아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UNFPA는 현재 '70억 행동(7 Billion ActionsMovement)'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인식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오소티메힌 박사에 따르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도시화다.

"이제 지구에는 70억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18억명이 10~24세예요. 이들 젊은층의 대부분은 도시 생활을 원하는데 도시는 아직까지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준이 안 되죠. 젊은층에게 안전한 환경과 보건, 교육,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도시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70억 번째 인류가 개도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더라도 그 아이는 언젠가 도시로 이주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도시가 교육이나 일자리, 오락, 보건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생활공간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도시 거주자는 농촌 거주자에 비해 평균적인 교육 수준과 수입도 높다.

그렇다면 삶의 질도 도시가 높을까? 정말 도시 생활이 행복하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즐길 수 있을까. 도시설계사 파블로 바지오네는 이렇게 말한다.

런던 기반 시설 100년 넘어

"삶의 질 부분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겁니다. 같은 국가, 같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도 분명한 시각차가 존재하죠."

자신이 거주하고자 하는 도시에 대한 기대치에는 비교적 많은 요소들이 반영된다. 환경이 전혀 다른 영국 런던과 인도 뭄바이를 비교해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가령 영국의 한 학생은 혼잡해도 런던 중심가에 살기를 원하지만 식구가 다섯 명이나 되는 한 가정의 가장은 비싼 월세와 대기오염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교외 지역을 선호할 수 있다.

뭄바이의 경우에도 슬럼가 주민들은 상수도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 직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게 꿈이지만 중산층들은 이런 기본적 인프라에 더해 자녀 교육 여건이 나은 곳에 관심이 크다.

이 같은 두 도시의 상황은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들이 어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단적인 예로 인도 국민은 현재 3분의 1만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뭄바이, 콜카타, 첸나이 등 주요 도시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나 된다. 지금도 매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어 오는 2030년이 되면 인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도시민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효과적인 도시계획이 매우 미비하다. 지하철, 하수처리시스템 같은 기반시설을 위한 투자도 충분치 않다. 때문에 인도 도시들의 성장 잠재력은 상당 부분 미개척 상태로 오랜 기간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도시가 내재한 성장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장래에 새로운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 여력을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런던의 상황은 뭄바이와는 정반대다. 런던은 19세기 초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됐고, 빅토리아 여왕 재임 시절에 상·하수도관이 설치됐다. 덕분에 런던은 항상 기반시설에 한해서는 다른 대도시들이 본받아야 할 롤모델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의 투자는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 기초적 기반시설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어 이제는 21세기형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물론 런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도로 산업화된 다른 도시들도 대부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많은 도시들 역시 발전 초기단계에 기반 시설을 구축했지만 철도, 교량, 전력망 등 이제는 많은 시설들이 노후화되면서 강점이 약점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이 도시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기반시설 투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스마트한 현대화와 선택적인 개량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는 교통량에 따라 통행료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가변 통행료 수납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는 도로 기반시설의 효율적 이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고 있다.

美 도시 CO 배출량 16톤

현대 도시의 구조 또한 과거에 만들어진 도시 계획 비전에 기초하고 있어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개의 대도시는 중심부를 둘러싼 교외에 주거지역이 몰려 있으며 자동차를 타고 조금 가면 만날 수 있는 녹색 공간들이 조성돼 있다. 이는 피상적으로나마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등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의 '녹색 도시 지수(Green City Index)' 결과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영국의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작년 6월 발표한 이 지수에 따르면 유럽 도시는 거주자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약 5톤인 반면 미국은 16톤에 달한다. 농촌지역에만 국한하면 배출량은 연간 약 20톤에 육박한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편의시설에 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탓이다. 생각과 달리 농촌보다 오히려 도시에서 더 적은 에너지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도시화가 자체적으로 환경적 이점을 창출할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하다. 캐나다의 도시 전문가 제인 제이콥스 박사는 1970년대에 이미 '녹색 메트로폴리스'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시민들은 마천루가 즐비한 곳을 중심으로 근거리에서 생활하며 직장까지의 이동거리도 짧다. 미래에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를 야기하는 교외 지역에서의 출퇴근 문화를 지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세계적 도시경제학자인 하버드대학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이런 개념을 간단히 표현했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을 가까이 하지 말라."

이는 인구 밀도가 높은 뉴욕이 미국과 캐나다의 녹색 도시 지수에서 왜 점수가 높은지를 일부나마 설명해 준다. 뉴욕은 이 지수에서 샌프란시스코와 밴쿠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도시는 콘크리트 아닌 사람으로

도시화는 단지 추상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도시의 구성 요소는 건물, 거리, 철도, 수도관, 공원뿐만이 아니다. 도시화는 자신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유하기 위해 도시에 거주하려는 모든 개인들의 인생을 한 곳에 합쳐 놓은 결정체와 같다.

글레이저 교수도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도시를 재단했던 지금까지의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도시는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70억번째 인류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그 아이의 평균수명은 이전세대보다 훨씬 길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 수준과 수입도 부모 세대보다 높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삶 대부분은 도시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결국 지구온난화, 물부족, 에너지난 등과 함께 살만한 도시 환경, 즉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21세기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유엔 인간 거주 정착센터(UN HABITAT) 존 클로스 사무국장의 말이다.

"오랫동안 도시화는 그 속도를 줄이거나 막아야만 하는 대상으로 간주돼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에요. 이를 직시한 사람들은 이제야 도시가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죠. 도시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고 사회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은 '전자동차'에 맡기고 업무 가능

●2040년 미래도시는

2040년쯤이면 이런 삶이 가능할 수 있다.

인구 2,500만명의 초현대식 중국 대도시. 30대 직장인 리는 교외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 뵙고자 집을 나섰다. 아파트의 투명 엘리베이터 밖으로 도시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즐비하게 늘어선 마천루들 사이로 건물 전체가 식물로 덮여 있는 빌딩형 실내 농장들이 눈에 띠었고 촘촘히 연결된 도로 위에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다. 또 공중 철로에는 자기부상열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1층에 도착한 리는 태블릿 PC를 꺼내 목적지의 최단 경로를 탐색한다.

그 시각 리의 할아버지 준은 마당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의 집은 도심에서 40㎞ 떨어진 목조 전원주택단지에 있으며 도심과는 달리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단층 주택들과 작은 정원들이 들어선 이곳은 주변의 도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동안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준은 그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여긴다. 빡빡한 도시생활과 연계된 것들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찻물 끓는 소리에 천천히 일어난 그의 행동에도 한껏 여유가 배어 있었다.

길이 막히자 리는 재빨리 모바일 애플을 이용해 경로를 재탐색했다. 그러자 앱은 자기부상열차 정거장으로 안내했다. 열차에 오른 리는 이동하는 동안 태블릿 PC로 간단한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리와 같은 세대에게는 전통적 사무실 개념이 없을 뿐더러 업무와 여가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후 앱의 지시에 따라 열차에서 내린 그는 전기자전거를 빌려 탄 후 공원을 가로질러 사전 예약한 전기자동차에 올랐다. 이 전기차는 전자동 운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동시간을 이용해 남은 업무를 좀 더 처리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골목으로 전기차 한 대가 들어선다. 손자가 탑승한 차다. 차창 안으로 바쁘게 태플릿 PC를 타이핑하고 있는 손자가 보인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도시 한복판에 있다가 불쑥 느림의 미학이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 들어와 버린 리는 어색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차에서 내렸다. 준이 이런 손자를 반갑게 맞는다. "안색이 좋지 않구나. 네가 이곳으로 이사 오면 좋을 텐데. 복잡한 일은 조금 뒤로하고 말이야." 할아버지의 충고에 리는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저는 하루만 있어도 답답해서 미쳐버릴 거예요."



박소란 기자 ps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