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007 2년 연속 연도대표 거세마라서 씨수말로 데뷔 못해, 마사고서 예비기수 훈련마로 활약 예정

밸리브리와 홍대유 조교사
한국경마를 호령했던 현역 최고령마 '밸리브리(10세, 거세마)'가 경주로를 떠난다.

지난 14일 서울경마공원 10경주(1800m)에 출주한 '밸리브리'는 9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 때는 경주로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뒷심을 자랑했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작년부터 급격한 경기력 저하와 젊은 경주마와의 몸싸움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인 끝에 경주마 생활을 접고 은퇴하게 된 것이다.

소속조 홍대유 조교사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밸리브리는 고령임에도 운동기 질환이 없고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이 살아있어 마음만 먹으면 경주에 계속 출전할 수 있지만, 어린 경주마와 함께 강도 높은 새벽훈련을 견뎌내야 하는 밸리브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밸리브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과천벌 최고의 마필로 2006, 2007년 2년 연속 연도 대표마에 올랐다. 특히 2007년 국산마와 외산마를 통틀어 최고의 경주마를 가리는 제26회 그랑프리에서 최대의 라이벌인 '섭서디'와 대통령배 우승마 '명문가문'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해 최강의 경주마에 등극했다. '밸리브리'는 현역 최고령 경주마에, 수득상금도 12억3,000만원을 벌어들여 역대 경주마 수득상금 랭킹 중 4위를 기록 중이다. 통산전적 53전 19승, 2위 13회 승률 35.8%, 복승률 60.4%의 성적은 꾸준함이 받쳐주지 못하면 이루지 못할 기록이다.

하지만 밸리브리가 경마팬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은 것은 정작 지난해였다. 현역 후반기 밸리브리의 성적은 초라했다. 전성기의 명성은 퇴색했고, 매번 경주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세간의 무관심에 반항이라도 하듯, '밸리브리'는 지난해 3월 주몽 등 정상급 외산마들이 출전한 1800m 핸디캡 경주에서 출전마 중 가장 무거운 부담중량(56kg)을 지고도 당당하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노장의 투혼이 빚어낸 눈물겨운 승리에 팬들도 환호했다.

'밸리브리'는 홍대유 조교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교사 전업을 앞두고 있던 홍 조교사가 미국으로 연수를 갔다가 우연찮게 '밸리브리'를 발견했고, 당시 친분이 있던 김인호 마주에게 구매를 강력 요청했다. 2,800만원의 헐값에 국내로 들어온 '밸리브리'는 홍 조교사의 훈련 아래 명마로 거듭났다. 홍 조교사는 '밸리브리'의 데뷔전에 기승을 하며 첫 우승을 이끌어 냈고, 기수 은퇴 후에는 조교사로 '밸리브리'와 인연을 다시 맺었다.

노마는 경주로는 떠나지만 영원히 경주마로 남을 예정이다. 홍 조교사는 무엇이 '밸리브리'에게 가장 좋은 일인지 심사숙고해 은퇴 후 진로를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밸리브리는 거세마라서 씨수말로 데뷔할 수도 없고 또 은퇴를 해도 경주마의 본능이 워낙 강해서 승용마로 활용하기도 어렵다"며 "밸리브리는 경주마로서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밸리브리'는 기수 엘리트 코스인 한국마사고등학교에 기증돼 예비기수들과 훈련을 하며 노후를 보낼 예정이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