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평등의 증대로 노동계층은 소비력을 빼앗긴 채 점점 더 어려운 현실에 빠져들고, 재벌들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시동을 걸기에 충분한 잉여 자금을 그냥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논쟁이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올해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한 한국 사회는 경제적 양극화와 해법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온 불평등의 증대가 경제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스튜어트 랜슬리 교수는 이 책에서 심각한 부의 불평등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상위 1%가 부를 쌓기 위해 저질렀던 수많은 꼼수들에 대한 사례, 혁신과 경제 회생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고발하고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롭고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접시(99%) 위에 컵 하나(1%)를 놓고 컵이 넘칠 때까지 물을 붓는 것으로 비유되곤 한다. 결국 흘러 넘치게 된 물이 아래 접시까지 적시며 풍요로워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컵의 크기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막대한 돈의 흐름이 부유층의 컵 안에 갇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시로 이어져야 할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과도한 경제적 불평등은 각국 경제를 벼랑 너머로 떠밀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경제 회복까지 방해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어떤 식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는지, 그러한 불평등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하고, 평등 사회 조성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책은 아무리 노력해도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든 99%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주주 가치 추구'라는 유일한 사업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오로지 수익만 쫓는 '잭 웰치식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대중의 이익과 시장의 자유 사이에서 더 적절한 균형을 찾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밖에 단체교섭권 확대와 부자 증세, 무역과 생산 투자에 집중하도록 금융계에 더 많은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튜어트 랜슬리 지음. 비즈니스북스. 1만4,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