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심승태 조교사 개업식에서 문세영 기수가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학구파 기수가 신규 조교사로 개업했다. 주인공은 심승태(34) 조교사. 지난 4일 37조 마방의 수장이 된 심씨는 12일 '포트스타'와 '수달장군'을 경주로에 출전시키면서 '기수 심승태'가 아닌 '조교사 심승태'로 첫발을 내디뎠다.

기수로서 10년 넘게 경주마들과 생활해왔지만 조교사라는 자리는 역시 녹록하지 않다. 지난 2일 별세한 천창기 조교사의 뒤를 이어 37조 마방의 마필 12두를 관리하게 된 심씨는 "기수 시절 첫 기승을 할 때만큼 긴장이 된다"며 "7월 정도에 개업할 것으로 예상해 왔는데 급작스럽게 개업하게 돼 다소 경황이 없지만 그간 경주마 경매 현장, 목장 등을 돌면서 준비해온 만큼 조교사로서 역량을 펼쳐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고 소감을 밝혔다.

2001년 7월에 기수로 데뷔한 심승태는 첫 기승을 했던 8월 19일, 인기 9위 마필인 '위대한탄생'으로 첫 승을 올리면서 경마팬들에게 존재를 각인시켰다. 2008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평범한 마필인 '에버니스톰'에 기승해 코리안더비 우승을 거머쥐면서 생애 첫 대상경주 타이틀을 따냈고 여세를 몰아 같은 해 YTN배(비카러브)까지 휩쓸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11년 동안 3,108전 185승, 2위 217회를 기록하며 한국경마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수학과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심씨가 경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히 신문에 난 기수후보생 광고를 본 아버지의 권유 때문. 이후 체육교육과로 전과해 학업을 이어나가면서도 특유의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경마교육원을 수석 졸업하면서 그야말로 주마야독(晝馬夜讀)의 본보기가 됐다. 기수로서는 드물게 교사 자격증을 가진 심승태 조교사는 마사고등학교 교생실습 당시 현 서승운 기수에게 기수로서의 마음가짐과 기본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수 시절 그에게는 '학구파' '선생님 기수'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기수로서의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부하고 도전해온 노력은 자원봉사활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기수 시절 빠듯한 훈련과 경주일정 속에서도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는 재활승마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재활승마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것.

심 조교사는 재활승마 봉사활동을 하면서 "말과 봉사자, 기승자 간의 팀워크와 교감을 통해 장애아동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뿌듯했다"면서 조교사로 데뷔한 이후에도 시간이 허락되는 한 재활승마지도자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멈추지 않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잠재력을 발현시켜온 심승태 기수는 이제 조교사로서 새로운 질주를 시작한다. 심씨는 "그동안 공부하고 준비한 부분들을 현장에 잘 접목시킬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나갈 것" 이라며 "경마팬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