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히말라야 산맥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에베레스트산에 오른 사람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등산가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년)다. 힐러리는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전인미답이었던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 섰다.

북극과 남극 탐험에서 최초란 수식어를 미국과 노르웨이에 뺏긴 영국은 세계 최고봉 첫 등정에 집착했다. 존 헌트 대령이 이끈 히말라야 원정대는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6월 2일)에 앞서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왕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준 힐러리와 헌트 대령은 기사 작위를 받았다.

힐러리와 함께 해발 8,848m 최고봉에 오른 사람은 셰르파(Sherpa) 텐징 노르가이(네팔)였다. 셰르파는 히말라야산맥에서 농사를 짓는 티베트계 네팔인을 가리키는 말인데, 산악인 사이에서 히말라야 산악 등반 안내인으로 통한다. 에베레스트산 등정 소식이 전해지자 힐러리와 텐징 가운데 누가 먼저 정상을 밟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헌트 대령은 "둘이 팀으로서 함께 정상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힐러리와 텐징도 팀을 강조했지만 의혹은 커져만 갔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엔 셰르파 텐징만 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선 텐징은 영국ㆍ네팔ㆍ인도ㆍ유엔기를 묶은 피켈을 든 채 사진을 찍었다. 힐러리는 텐징이 사진을 찍을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로부터 33년 뒤인 1986년 텐징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힐러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텐징이 자신에게 에베레스트산 첫 등정을 양보했다고 밝혔다. "진정한 영웅은 텐징이다. 나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30분이나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영광을 양보했다."

텐징은 정상 12m 앞에서 힐러리를 기다렸다. 체력이 바닥난 힐러리가 기진맥진하자 텐징은 그를 등 뒤에 매단 채 얼음으로 덮인 바위를 올랐다. 힐러리 스텝이라고 부르는 이 곳을 네팔과 인도에선 텐징의 등이라고 부른다. 힐러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순간 이런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언제라도 정상을 밟을 수 있다. 당신에게는 이 순간이 다시 오기 힘든 소중한 시간이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