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현 수석 마필관리사가 애마와 '각설탕 키스'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결승점을 향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박진감 넘치게 질주하는 경주마, 뒤이어 터지는 관중의 환호성. 경마공원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을 길들이고, 훈련시키고, 관리하고, 레이스를 준비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서울경마공원 34조 수석 마필관리사 전창현(52)씨가 마필관리를 해온 지는 올해로 꼭 20년째다. 말과 함께 하기에 행복하다는 그는 지난 1993년 마필관리사로 입사해 지금은 프로야구의 코치격인 수석 마필관리사를 맡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능숙하고 노련한 솜씨로 말을 다룬다. 말들도 그의 숙련된 관리에 익숙하게 몸을 맡긴다. 외부반응에 극도로 민감한 말들임에도 털을 깎고 앞머리를 자르고 갈기를 손질하는 그의 손길에는 순한 양이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업인 마필관리사는 이제 갓 목장에서 들여온 어린 말들을 뛰어난 경주마로 만드는 숨은 일꾼이다. 경주마 훈련에서부터 사료를 먹이는 '사양관리', 말이 생활하는 마방의 볏짚 교체 등 청소를 하는 '구사관리', 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보건관리', 말 발굽을 관리하는 '장제관리' 등을 책임진다.

관람객이 말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예시장에 선보인 다음 경주로까지 데려다 주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또 경주가 끝나면 마방으로 데려와 마사지·목욕 등을 하는 수장작업과 마무리 운동 등을 시키기도 한다. 보통 마필관리사 한 명이 세 마리 정도의 경주마를 돌보며, 경주마 훈련의 60~70%를 마필관리사가, 나머지는 기수가 담당하게 된다.

마필관리사의 꿈은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조교사가 될 수 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50여명의 조교사 가운데 50% 정도가 마필관리사 출신이다. 마필관리사가 되고 난 후 2년이 지나면 마필관리사 직무교육 과정을 거처 경주마를 훈련시킬 수 있는 조교승인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이 자격을 취득하고 1년이 지난 후 다시 6개월 과정의 조교보후보생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조교보 시험을 본다. 조교보는 조교사의 업무대행자다. 조교보 자격을 딴 후 8년이 경과하면 마사회에서 시행하는 조교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고 이것을 통과하면 조교사가 될 수 있다.

마필관리사가 되려면

조교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마필관리사는 경주마를 길들이고, 관리하고, 경주출전 세세한 부분을 준비한다. 서울경마공원에는 450 여명,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230여 명의 관리사가 활동하고 있다.

마필관리사의 채용과정은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 등 마필관련학과 출신 학생과 민간목장에서 마필관리 유경험자들이 조교사와 개별 근로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마사 실습, 마학 입문, 경마 법규, 경마 상식, 조배치 실습 등의 기초교육을 마치고 관리사로 활동하게 된다. 서울경마공원은 마필관리사 후보생에 지원해 시험을 통과한 뒤 기초교육을 수료한 다음 최종시험을 거쳐 입사할 수 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