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큰 폭의 세일행사를 하면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책의 저자는 소비자들이 합리성보다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왜 마감임박 상품이나 베스트셀러에는 없던 관심이 생길까. 벼락 맞는 것보다 확률이 낮은 복권은 누가 당첨되는 걸까. 어떻게 백화점은 할인과 경품을 내걸어도 손해 보지 않을까.

개인의 사소한 경제행위부터 기업과 국가의 경제정책 및 세계경제의 흐름까지 우리가 궁금해하는 경제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신간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이 나왔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존재일까' 이 책은 이 물음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저자가 심리학과 경제학의 권위있는 저술들을 섭렵하고 시장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도, 완전히 비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보다는 인간이 부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구체적 진실을 외면해왔다고 봐야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 새롭게 개척된 분야에서는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 책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경제학자의 예측은 예측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집단이 결정한 의사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도, 선뜻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행동을 일치시키려 한다. 때로는 잘못된 신호가 집단 전체를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는 파충류 시절의 뇌에 의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학의 여러 저작들은 물론 진화심리학, 소비자심리학, 뇌과학 등의 여러 견해들을 편견 없이 끌어들여,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해 풍부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시장은 합리성이 아니라 욕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비합리성은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인간 본성의 일부이므로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비합리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용범 지음. 유리창, 1만6,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