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온 경주마가 초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많은 경주마들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사람보다 더욱 호사스러운 휴가를 보낸다.
좁은 마방에 갇혀 지내는 경주마들은 30도를 훌쩍 넘는 올 여름철 더위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 마리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귀하신 몸'인 서울경마공원의 경주마들은 컨디션 유지를 위해 여름철이 되면 사람보다 더 럭셔리한 휴가를 떠난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볼 때 경주에서 전력 질주하는 경주마는 단시간 내 고강도의 무산소운동을 하는 셈이다. 때문에 평균 한 달에 한 번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다음 경주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말은 더위에 약해 여름을 잘못 보내면 체력이 떨어져 경주마로서의 생명이 짧아지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넓은 초지와 경주마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외부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경주마가 외부 목장에서 쉬는 것을 '경주마의 휴양'이라고 한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7월부터 10월까지 한달 평균 100마리가 휴가를 떠날 정도로 절정을 이룬다.

휴양목장의 최대 장점은 경주마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넓은 초지가 있다는 것. 목장 내에 민간 수의사가 상주하고 있어 매일 경주마의 건강을 살피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다.

경주마들이 생활하는 마방의 구조와 환경도 여타 목장은 물론 경마장과 비교해도 월등히 나은 수준이다. 여름엔 대형선풍기, 겨울엔 온풍기를 틀어 일년 내내 섭씨 20도의 쾌적함을 유지한다. 한낮의 땡볕을 피해 차양막을 치는 것은 기본이고, 깔짚 또한 자주 갈아줘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휴양지에서 경주마들은 여름철 보양식도 따로 먹는다.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특별 사료와 인삼 가루, 비타민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허브, 홍삼 등 11가지에 이르는 영양제가 매일 7차례씩 공급된다. 목장 측에 따르면 위탁관리비의 60%가 사료 및 영양제에 쓰인다고 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고가의 경주마들은 각종 운동기 질환 치료 후 회복을 위해 서울 인근의 외부 목장으로 휴양을 가게 되며, 특별ㆍ대상경주 우승마 등 큰 대회를 치른 경주마들도 마주와 조교사의 배려로 넓은 초원이 있는 목장에서 휴가를 보낸다"며 "경주마들에게 휴양은 컨디션 회복을 위한 레이스 사이클에서 매우 중요해 마주와 조교사들은 경주마의 휴가를 필수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개 휴양마들은 휴양목장에서 짧게는 2주에서 1, 2개월 정도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예전 같으면 마방 내에서 치료와 휴식을 병행했을 가벼운 운동기 질환을 앓는 마필들도 스트레스 해소와 좋은 경주 성적을 위해 최근에는 부쩍 외부 휴양을 택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휴양목장으로는 수도권의 궁평목장, 송암축산, 흙마축산, 태극호스파크를 들 수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는 다양한 말 목장에서 휴양마를 관리하고 있으며, 함안군에서 운영 중인 경주마휴양조련시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주요 휴양목장들은 서울에서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월 90만~108만원의 휴양비와 별도의 수송료를 받고 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