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한국인' 美 경마 한류 일으키다

미국 G1 배니티 핸디캡경주 우승 의류회사 사장서 조교사, 생산자로 변신

조명권씨는 "이국땅에서 마주와 말생산자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가족과 지인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마에도 한류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마주 겸 생산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명권(70)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16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파크 경마장 배니티 핸디캡경주(G1)에서 조명권씨의 말 러브더웨이유아(Love The way You are)가 우승을 차지했다. 조명권씨는 지난 2008년에 소유마 스트리트히어로(Street Hero)를 G1 경주에서 우승시킨 바 있다. 이번 우승으로 생산자 및 마주로서 짧은 이력에도 미국 최상위 경마경주에서 두 번의 우승 신화를 만든 조명권씨는 미국 경마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씨는 미국 현지에서 괴짜로 통한다. 의류사업체 운영과 조교사ㆍ생산자 직업을 겸한 이른바 '멀티플레이어' 활동을 하면서도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배니티 핸디캡 경주에서 우승한 러브더웨이유아라는 경주마도 이전까지는 12전 2착 1회를 기록하며 주목받지 못한 말이었지만 최고 등급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현지 경마계를 놀라게 했다.

조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태어나 서울로 옮겨와 살다가 1978년 무일푼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와 로스앤젤레스에 의류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우연히 동부캘리포니아의 서러브레드 경마를 보며 전율을 느끼게 되고 생산자 겸 조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조 마주의 뚝심과 추진력은 이미 유명하다. 미국에서 마주나 조교사로 평생에 한번 켄터키더비에 경주마를 출전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는 두 번이나 더비에 경주마를 출전시켰다. 비디오레인저가 1990년 켄터키더비에 출전해 4착을 했고 네셔널로레라는 말은 1998년에 출전해 9착을 했다. 우승을 하지 못했고 착순에 들지도 못했지만 많아야 3, 4마리의 경주마를 관리하면서 켄터키더비 경주에 두 번이나 출전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6월 16일 배니티 핸디캡 경주에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조명권씨의 러브더웨이유아.

조 마주는 이번 러브더웨이유아의 우승으로 그레이드 원(최고등급의 경주) 우승마를 두 마리나 배출한 유명생산자가 됐다. 그의 생산자로서 활동은 1997년 킨랜드 경매시장에서 스콜린다(Squall Linda)라는 암말을 6만2,000달러에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스콜린다는 15만4,727달러의 상금을 수득해 경주마로서도 상당한 활약을 하였는데, 경주마 은퇴 이후 오히려 더 전성기를 맞으며 조 마주에게 보물 같은 존재가 됐다. 스콜린다가 생산한 스트리트히어로는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중요한 2세마 경주로 손꼽히는 노퍽 스테이크스(G1)에서 우승하고 그해 브리더스컵 쥬버나일 경주(Juvenile, 2세마 경주)에서 3착을 했다. 은퇴 후 스트리트히어로는 켄터키주 비너리 목장에서 씨수말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교배료는 5,000달러다.

조명권씨는 "마주로서의 성공이 든든한 지원군인 가족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올해 애리조나대 경마산업학과에 진학할 예정인 아들 렉슨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조교 및 생산업을 도왔다고 한다. 그는"향후에 아버지의 경마산업을 물려받을 것이다. 입학 전에 조교사 자격증을 딸 계획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