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보호자의 78%가 직장을 아예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한치매학회(이사장 한일우)가 치매 예방의 날(9월21일)을 맞아 실시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Activities of Daily Living)에 대한 인식 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0명 가운데 27명은 직장을 그만뒀고, 51%는 근로 시간을 줄였다. 줄어든 근로 시간은 주당 평균 15시간. 이처럼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 경우는 대체로 간병 기간이 5년 이상일 때였다. 결국 치매 환자가 생기면 가정 전체가 흔들린다는 얘기다.

또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는 보호자의 간병 시간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스트레스 심화, 건강 악화 등 2, 3차 문제를 야기했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로 겪는 간병 부담은 ▦간병 시간 증가(7점 만점 중 5.75점) ▦스트레스 심화(5.66점) ▦사회생활 악화, 경제적 부담 증가(5.58점) ▦건강 악화(5.28점) 순이었다.

월 평균 가구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전체 응답자 27명) 혼자서 간병을 전담하는 비율이 66.7%인 반면 간병인과 교대하는 비율은 7.4%에 불과했다. 하지만 월 평균 가구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경우는 전문 간병인과 교대하는 비율이 24.3%, 혼자 전담하는 비율은 14%로 조사됐다.

박기형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가천의대 신경과 교수)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로 인해 보호자의 근로 시간이 단축되고 경제적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면서 "치매 환자가 생기면 2, 3차 문제가 뒤따라 발생함으로써 질병빈곤층을 양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1가지로 제시된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 항목에 대해 보호자 100명 중 88명(복수응답 가능)이 '치매 환자 혼자 외출할 수 없을 때'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약 복용(73명) ▦개인 위생(71명) ▦돈 관리(70명)가 뒤를 이었다.

일상생활수행능력이 비교적 치매 초기부터 감퇴되는 증상임을 감안할 때 일상생활 장애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 대한치매학회 총무이사(한양의대 교수)는 "치매는 퇴행성 질환이고 일상생활수행능력 감퇴는 초기 치매 환자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