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사회에서는 노인보다 청년들의 생활이 훨씬 열악하고 피폐해질 확률이 높다. 청년 구직자들이 건설사 인사담당자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올 대통령선거에서는 60대 이상 고령인구의 증가가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급격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청년인구가 줄고 상대적으로 노령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인구구성 비율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는 사회전반, 즉 삶의 방식과 유형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고령사회의 변화에 대해 천착해왔던 전영수 교수가 '당신의 노후는 안전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100세살이의 충격적인 미래를 분석한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를 발간했다.

전작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로 한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그의 시선은 이번에도 날카롭다. 모두들 노후대책에 관심을 쏟고 있는 지금, 그는 오히려 '고령사회의 청년문제'에 주목한다. "고령사회에서는 노인보다 청년들의 생활이 훨씬 열악하고 피폐해질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 증거는 일본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국과 일본은 놀라울 정도로 사회 경제시스템과 성장과정이 비슷하다. 이미 노령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인 일본이 밟고 있는 전철을 우리가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일본은 과거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이한 사회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청년 세대들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빈곤과 갈등, 통제, 억압구조 속에 내몰린 채 약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장수대국을 떠받치는 청춘세대의 절박한 문제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그 미래는 끝이 뻔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고령사회는 중요한 걸 잃어버렸다. 가족이 대표적이다. 삶에 치여 인생의 기본 축인 부모 자녀 부부 등의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일본 청년세대에선 잃어버린 가치의 회복에서 삶의 질을 높이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은 마이홈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평가절하하고, 자녀들의 교육비 투자에도 신중하다. 청년그룹의 개혁의지는 현실정치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농촌지역의 노인유권자 1표가 도시지역 청년유권자 1표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는 현재의 선거지역구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세대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고령사회 대비책을 미룬다면 한국도 5년 안에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영수 지음. 고려원북스. 1만6,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