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색을 도모하는 이형우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상수동 최정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미니멀리즘의 조각과 환원적 형태를 이루던 이형우의 90년 대의 작업을 지나, 지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작가로의 위상 이후 꾸준히 통찰하고 전개시켜 온 작업들을 새로이 보여준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이제껏 긴 시간을 통과한 작가의 사유가, 오롯이 소통하는 총체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지점을 들 수 있다.

그의 과거 작업들은 쉽게 지각되지 않는 여러 가지 형상들로, 작가의 심오한 정신을 투영시켜 관람객과 공간 안에서 작품을 생동했다. 그러나 이 번 전시는 그가 통찰해 온 기나긴 사유의 시간을 지나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형상에 담긴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서 더욱 좁고 깊게 선택된 '하나의 형상'으로 새로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 형상이 가지는 재미난 점은,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집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람객은 작가가 제시한 작품의 형태가 집이기 때문에 작가와의 소통에 있어 조금 더 가까워 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집을 기본구조로 삼지만 여러 형태를 통해 예술과 삶의 본질을 추구한다. 형상들은 서로 달라도 상호 보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며, 그 형태들은 서로 '관계성'을 지니고 공존한다. 이는 각각의 작품, 주변의 빈 공간, 그리고 작품과 관람자 간의 총체적인 관계성을 의미하며 사물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총체적인 관계성 속에서 인지된다.

그의 사진 작업 또한 작가의 주체 의식에서 출발하는 사진적 표현이나 생성보다는, 근본적으로 기행을 통한 '관객이나 대중과의 교감'을 지향하고 있다. 예술의 지향성에 있어 그가 추구하는 것은 우열의 논리 보다는 공존하는 소통의 논리이다.

그는 기행을 하면서 발견하는, 우리 주위를 떠돌며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존재들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생명의 의미를 지닌 흔적으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흔적들은 관객과 함께 소통하며, 정서의 환기를 이끌고 새로운 심상을 지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월 9~31일 전시. (02)540-5584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