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을 2,000원 올리고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 등 비(非)가격정책을 함께 시행하면 남성 흡연율을 20% 가까이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0일 입법 예고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담뱃갑에 경고 그림 삽입, 담배 성분 공개 등 비가격 정책과 함께 담뱃값 인상안도 함께 담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과 합의에 실패하는 바람에 가격 정책 개편이 무산됐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담배가격 정책과 흡연율 분석' 논문에 따르면 과거 실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정부의 여러 가격·비가격 금연 정책에 각각 효과 가중치를 두고 모의실험을 한 결과가 공개됐다.

우선 정부가 다른 비가격 정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 국내 남성 흡연율은 44.5%(2011년 기준)에서 2015년 39.4%를 거쳐 2020년 37.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격 인상폭을 3,000원, 4,000원, 5,000원, 6,000원으로 할 경우 2020년 흡연율은 각각 36.3%(감소폭 8.2%p), 35.5%(9.0%p), 34.9%(9.6%p), 34.4%(10.1%p)로 추정됐다.

반면 가격 정책은 배제하고 내년부터 담뱃갑 포장 규제(흡연경고 그림, 문구 등), 직장 식당 등 금연 구역 설정, 청소년 접근 제한, 금연치료 등 비가격 금연 정책만 시행하면 시뮬레이션상 2020년 흡연율은 31.7%까지 떨어졌다. 결국 가격이건 비가격이건 어느 한 쪽 정책만으로는 2020년 흡연율 목표인 29%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고 더불어 비가격 금연 정책을 실시한다면 2020년 흡연율은 27%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교수는 논문에서 "비가격 금연 정책을 최대한 강화한다 해도 최소 2,000원 이상 담뱃값을 올리지 않으면 20%대인 2020년 흡연율 목표는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