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6,000만 최고가 경주마 만들어낸 이광림씨

챌린저팜의 이광림씨가 씨암말, 망아지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한국마사회 제공
지난 15일 KRA 제주경주마 목장에서 열린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경매사가 낙찰을 확정하자 경매장이 일순간 술렁였다. 지난 3월 경매에서 1억6,000만원의 최고가 경주마가 탄생한지 7개월 만에 또 다시 최고가를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은 2억6,000만원에 낙찰된 부마 메니피와 모마 하버링 사이에서 태어난 1세짜리 암말. 경주마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1년여의 훈련이 더 필요한 1세마라는 점,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암말임에도 한국경마 역대 최고가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혈통과 다부진 체격 외에도 유명한 젊은 생산자의 야심작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우 값 폭락으로 전국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30대 귀농인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경주마 생산으로 억대 소득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해발 610m 한라산 중턱에서 챌린저팜(82만6,446㎡)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최고의 경주마들을 생산하고 있는 이광림(36)씨가 그 주인공. 그는 매년 억대 경주마를 생산하며 경주마 생산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30대 초반이던 2008년에 경매에서 9,000만원짜리 고가의 '슈퍼질주'를 배출해 주목받더니 2010년 1세 경매에서 8,400만원의 '노벨폭풍'에 이어 2011년 경매에서도 '메니피'의 자마 '슈가립스'로 1억1,000만원의 억대 경주마를 배출하며 스타 생산자로 급부상했다.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농기계 수리공 생활을 하던 이광림씨가 경주마 생산을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15세부터 말 생산에 50여 년을 바친 1세대 경주마 생산자인 아버지 이용대(69)씨의 영향이 컸다. 16만5,289㎡(5만평) 규모의 소규모 목장에서 시작한 그는 토지개간을 통해 현재 5배가 넘는 82만6,446㎡(25만평)의 대규모 경주마 목장으로 성장시켰다.

이광림씨가 지금까지 생산한 경주마는 114두. 이들 경주마는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통산 1792전 205승을 거두며 무려 90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경주마 한 두당 평균 수득상금은 7,500여만원으로 평균 수득상금(3,300만원)보다 4,200만원이 많다.

이씨는 2004년 미국에서 들여온 씨암말 '하버링'으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버링은 첫해 자마(포입마) '미래천사'를 낳았으며 이듬해에는 '절호찬스'를 생산, 최고 인기 씨암말로 급부상했다. 이외에도 올해 코리안더비 준우승마 '노벨폭풍'과 차세대 암말 강자 '천은' 역시 이광림씨가 길러낸 경주마다.

이씨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초지 확보와 충분한 방목이다. 양질의 초지가 있어야 자연스러운 영양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또한 "최대한 야생의 상태에 가깝게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마음껏 달리고 걷고 먹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방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씨의 경주마 판매경로는 오로지 경매다. 경주마 거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별거래보다 경매를 통해 경주마를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임으로써 충분히 평가 받고 수요자들 간 경쟁을 거쳐 제값을 받기 위해서다"라고 이씨는 말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