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1963-2012)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갤러리(AAIPS)는 김승영 작가의 ''전을 개최한다. 미디어 설치작품 3점 'Memory(1963-2012)', 'Flag (2012)', 'Walking in My Memory(2012)'와 사진 시리즈 'Strasbourg(2012)' 등 총 4개의 작품이 전시되며, 이는 모두 '기억'과 '소통'에 대한 작가의 끊임 없는 탐구의 산물이다.

김승영에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시도다. 작가의 삶은 기억의 흔적이며, 그 기억들은 타인들이나 어떤 물건 혹은 공간 등의 관계 사이에서 형성된다고 믿는다. 여러 관계들을 계속해서 구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한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고 그러한 관계들은 소통을 통해서 관념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통을 통해 얻게 되는 상처나 좌절, 기쁨들을 작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업이 탄생한다.

그의 작품에는 지인들의 이름,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 이끼, 벽돌, 물, 노랗거나 푸른 빛 등의 비슷한 모티프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이는 기억과 소통, 즉 삶에 대한 작가의 본질적 관심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기억 Memory'이다. 어두운 초록으로 덮인 수직의 벽 위에 부서진 자석의 잔해들이 군데군데 덩어리를 이루어 붙어 있고, 벽 앞의 바닥에는 사각의 얕은 물 웅덩이가 고여 있다. 그리고 작가의 삶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름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벽과 물 웅덩이 위로 투사된다.

이 이름들은 ' Walking in My Memory'에도 등장한다. 9,000개의 상처 난 벽돌들이 노란 빛을 받으며 바닥 위에 한 겹으로 펼쳐져 있고 곳곳에는 허물어진 건축물의 잔해처럼 벽돌이 쌓여 있는데, 가까이 다가서면 벽돌 위에 새겨진 지인들의 이름이나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보인다. 부서진 자석의 틈새나 벽돌 사이사이에는 초록의 이끼가 자라나고 있다.

기억을 거닐다
숱한 관계들 속에서 부딪히고 깨진 잔해들은 서로 모여 조용한 장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자라나는 이끼는 수많은 파편들이 지닌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와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듯하다.

11월 2일~12월 7일 전시. (02)3701-7323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