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만 초대전 '天山'… 정년 맞아 40년 작업 총망라

'天瀑' 34.5×55㎝, 한지에 수묵담채
홍익대 미술대학원장 한진만 화백이 정년을 맞이하며 40년간의 작업을 총망라하는 전시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갖는다.

한진만은 진경산수화의 맥을 이어오며 현대 한국화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마이산 청량산 금강산에 이어, 고산병으로 생사를 넘으며 등반했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의 수많은 산행과 사생을 통해 산의 영험한 기운과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작품은 선(禪)을 위한 선(線)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는 화면의 넓은 공간을 채우면서 비운다. 붓 끝에 머금은 검은 먹이 하얀 종이 위를 반복하여 지나며 형상을 마련하는 동안 여백이 형성되는데, 바로 채움과 비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선(禪)불교에서 말하는 비움ㆍ공허이자 곧 완성ㆍ완결이다.

그의 붓놀림은 거칠어 보이지만 정선된 격동의 선(線) 형태로 이루어 나간다. 붓 끝의 섬세한 놀림과 자신만의 점필에 가까운 묵필법으로 농담을 통해 원근을 형상화 해가는 창작의 길은 즉흥적이고 힘이 넘친다.

오랫동안 검도에 심취해 있던 그는 검무하듯이 그림을 그리는 '검필'을 작업에 도입해 이처럼 힘이 넘치는 작품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深泉' Deep Spring, 148×165 ㎝, 한지에 수묵담채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절제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격동의 선(線)이 마련하는 정적에 있다. 절제와 단순화가 마련하는 한진만 화백의 산과 물은 끝없는 정적 속에 있다. 이 정적은 경건과 숭고함을 수반한다. 그래서 아름답다. 그의 수묵 산수화만의 분위기가 여기서 마련된다.

선(線)을 통한 선(禪)의 세계를 이루어내듯, 그의 섬세한 붓놀림으로 피어나는 생명력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존재와 본질에 대한 얘기들로 그윽하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의 웅장함과 숭고함, 때로 처연하고 고요한 기운이 확연한 그의 작품은 오묘하다. 영묘한 '천산(天山)'을 노래하는 한진만의 작품세계는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02)734-0458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