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정신 바탕으로'소리의 실험'담아

독보적인 여성 펑크록 뮤지션 황보령의 음악여정은 언제나 선명한 궤적을 남긴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그야말로 예술적 향내가 진동하는 명반 퍼레이드다.

<황보령Smacksoft>의 5집 [Follow Your Heart]는 음악의 본질적 결인 록 정신을 유지하면서 소리에 대한 흥미로운 시도를 담아낸 흥미로운 앨범이다. 이 앨범은 네이버 2012년 12월 2주 '이주의 발견-국내 앨범'에 선정됐다. 앨범 타이틀 [Follow Your Heart]에는 [Your Heart] 즉 소리를 듣는 '우리의 귀'라는 장난 끼 넘치는 퍼즐 식 언어가 숨어 있다.

황보령은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아가며 '소리 그림'을 그려나가는 아티스트다. 사실 그의 음악은 달콤하지도 트렌드에 민감한 음악도 아니다. 일반대중은 난해하게 여길 가능성이 농후한 어둡고 거친 질감의 음악이지만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이미지를 그려나가는 독보적인 뮤지션이다.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는 달리 신나고 밝은 느낌을 안겨주면서 여백의 공간을 채워나가는 황보령 특유의 회화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흥미로운 결과물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단박에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트렌디한 사운드와 메시지를 담지는 않지만 마치 물감이 번지듯 가슴 속 깊은 심연으로 퍼져 나가는 사운드와 이미지의 충돌과 합체 과정은 실로 몽환적이고 예술적이다.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변화의 기운이 강력하다. 우선 짙은 블랙 톤을 즐겨 사용했던 앨범 색부터 환한 화이트로 변화했다. 황보령 음악은 촘촘하게 기획되기보단 자유로운 즉흥성이 강력하다.

이번 앨범은 미디 사운드에 푹 빠져 있는 그의 현재 관심사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원래 6곡 정도의 EP를 구상했지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샘물처럼 쏟아 나오는 곡들 때문에 총 10곡이 수록된 정규앨범을 만들었다. 다양한 장르의 미디 사운드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트랙의 음악장르가 다른 흥미로운 결과물이 구현됐다. 사실 음악에 있어 장르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음악은 결국 좋은 소리를 통해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 아니겠는가.

1번 트랙 't Is You & Me'를 공동 작곡한 기타리스트 RAINBOW99와 농도 깊은 교감을, 달파란과는 즉흥적 협업을 시도했지만 이번 앨범은 사실 상 그녀의 1인 밴드 앨범이다.

황보령은 가사를 최대한 단순화하면서 일렉트로닉 리듬과 비트를 강화하는 음악실험을 시도했다. 전자악기들과 미디를 통해 새롭게 창출한 각종 '효과음'들은 전혀 다른 음악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이미 3, 4집에서 구현했던 실체를 알 수 없는 사색적이고 회화적 감각을 자극하는 동일한 이미지의 연장선상이다.

총 12곡 중 메시지로 가득 찬 2곡은 차기 어쿠스틱 앨범을 위해 선곡에서 의도적으로 빠트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소리 향연'을 위한 일종의 콘셉트 음반일수도 있다.

그는 "일상의 단상을 메시지로 전달하기 보단 들어서 좋은 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첫 곡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흥겨운 기운이 넘친다. 이번 앨범의 활기찬 사운드에 감도는 흥겨운 기운은 음악적 실험일 뿐이다. 그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애절한 음악이라는 한결 같은 결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백미는 라이브버전으로 수록한 5번 트랙 'Marching Through War'다. 홍대 여성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하여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에 '비단'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노래다.

'인생은 전쟁'이라고 말하는 황보령은 이 노래를 통해 대상에 대한 애절함과 분노를 여과 없이 담아냈고 시대의 명곡으로 탄생했다. 함축된 가사와 작렬하는 기타와 드럼 소리는 그 자체로 통곡이고 가슴 뜨거운 진혼곡이다.

보컬 없이 사운드만으로 7분 이상을 내달리는 9번 트랙 'Sunrise'는 드럼으로 배경을 펼치고 노이즈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운드 픽쳐의 마법을 구현한 멋진 연주곡이다. 이처럼 황보령의 신작은 사운드 향연으로 그대를 초대한다.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실험하면서 록 정신의 잃지 않는 황보령은 우리에게 '다음 세대의 매력적인 음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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