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하드록-어쿠스틱 사운드의 절묘한 조화

<갤럭시 익스프레스> 리더 이주현은 한국 인디밴드 1세대다. 1996년 3인조 펑크밴드 <자살매미>를 결성한 그는 닭 머리에 가죽잠바를 착용한 파격적인 모습으로 야심차게 라이브 클럽 <드럭>의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음악표현이 너무 거칠고 심하다'는 이유로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오기가 생긴 그는 펑크 록밴드 <럭스>의 베이스 멤버로 들어갔고 이후 <삼천펑크>, <게토밤스>등 여러 밴드를 거치며 착실하게 음악내공을 쌓아갔다.

리드보컬 박종현은 1998년 춘천 강원고 재학시절 스쿨밴드을 결성해 활동했다. 2005년 3인조 밴드 <모글리>에서 기타와 보컬을 담당했던 그는 라이브 클럽 <스컹크 헬>을 주무대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밴드 멤버들의 군 입대와 유학으로 홀로 남았던 그는 무대 바닥 위에서 처절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바로 그 모습에 반한 이주현의 제안으로 <바세린> 출신 드러머 윤홍구와 함께 2006년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결성됐다.

2007년 4월 첫 미니앨범 'TO THE GALAXY'를 발표하고 2번째 EP 녹음직전, 손에 부상을 입은 드러머가 교체되었다. 액시드 퓨전재즈밴드 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클래식 타악 전공을 위해 입시를 준비했던 박종현의 고향친구 김희권이 '두 달만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밴드에 합류했다.

드럼 김희권은 "처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시끄럽고 갑자기 박자도 바뀌고 해서 별로였다. 그러다 <레드 제플린>을 알게 되고 스컹크 헬 공연 때 다른 하드록, 펑크밴드의 공연을 보고 문화충격 받았다."고 말한다.

이번 앨범의 차별성은 넘치는 에너지의 강약을 조절하며 유연하고 다양한 음악어법과 장르에 매몰되지 않은 열린 음악적 태도에 있다. 약점도 있다. 세계적 밴드들에 견주어보자면 이들에겐 자신들만의 독창적이고 드라마틱한 보컬구사를 위해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여하튼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팀 결성시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우주로 한 번 질주해보자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사도 사소한 일상 이야기가 대세인 트렌드를 거역하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폭넓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에 주력했다.

총 10곡이 수록된 3집은 녹음해둔 13곡 중 '오 예'처럼 느낌이나 스타일이 중복되는 곡을 빼고 싱글에만 수록된 곡들과 색깔이 분명한 신곡들로만 최종 선곡했다.

또한 정상적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작업을 거쳐 일차 데모를 만들어 믹싱해보고 반복된 모니터링을 시도했다. 최대한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노래마다 멤버 간에 치열한 설전도 불사한 이들은 "복잡한 것도 가능한 심플하게 정리하기 위해 두 번 이상의 믹싱은 기본이었다."고 전한다.

은하수 특급여행이 시작되는 첫 트랙인 연주곡 'Riding The Galaxy'는 시작부터 전작들과 차별되는 찰지고 환상적인 사운드를 안겨준다. 이 곡 역시 처음엔 빠른 트랙들을 녹음한 날 흥분된 느낌으로 함께 녹음했기에 너무 템포가 빨라 다시 녹음을 했다.

이후 마지막 트랙 'Forever More'까지 44분 30초의 환상 우주 음악여행은 환희와 열정의 감동을 때론 직설적인 하드록으로 때론 몽롱한 사이키델릭으로 때론 전자음을 뺀 소박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강렬한 기타 리프에 한국적 이미지가 선명한 4번 트랙 '호롱불'도 인상적이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열정적 라이브 현장감에다 감성이 더해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귀에 감겨오는 5번 트랙 'How does it feel'이다.

통기타와 탬버린에 박종현의 노래만으로 소박하게 구성한 '첫 느낌으로'는 세계적 밴드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가 그랬듯 록밴드의 어쿠스틱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 신선하다.

또한 밴드가 공중분해돼 무대 위에서 홀로 노래 부르던 절박한 데뷔시절의 느낌을 경험시키는 뭉클한 곡이다. 9번 트랙 '언제까지나'는 보다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해줄 가능성이 큰 매력적인 팝 발라드곡이다.

3월에 두 번째로 미국 정벌에 나서는 이들은 일본 진출을 제안 받고 그동안 발표한 노래 중 대표곡들만을 재녹음하는 베스트 음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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