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문학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수십년 음악 비평 내공 바탕… 24명 음악가 '생애'로 본 클래식 음악 길잡이 펴내"같은 곡을 반복해 들으면 음악은 '내 것'이 된다"

모차르트
"처음에는 성악곡을 많이 들으세요. 오페라 아리아 같은 거. 인간의 목소리는 가장 빠르고 리얼하게 가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이 곡 저 곡 많이 들으려고 하지 말고, 같은 곡을 자꾸 반복해 들으세요. 그래야 곡의 흐름을 외울 수 있으니까요. 곡의 흐름을 외우는 순간, 그 곡의 전체적 구조가 머릿속에 들어올 때 음악은 '내 것'이 되니까요"

'어떻게 해야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30년 공력의 음악 애호가다.

그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책을 썼다. 음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며.

신간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 길잡이 책이다. 오랫동안 음악비평을 해온 저자 문학수가 24명 남짓한 음악가들을 '생애'라는 앵글로 들여다본다.

먼저, 하이든에 대해서는 당대의 정치경제적 상황 속에서 바라본다. 에스테르하지 집안의 종복으로 30년간 '음악 하인'으로 주군을 위해 곡을 쓰던 시절의 전반기와 자유로운 신분으로 불특정 다수의 청중을 염두에 두고 곡을 써 유럽 최고의 흥행작곡가로 자리 잡은 후반기의 삶을 이야기한다.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왔던 '첼로 협주곡 2번 D장조'는 전반기, 1973년 시작한 MBC '장학퀴즈'의 배경음악이었던 '하이든 트럼펫협주곡 Eb장조 제3악장'은 후반기 작품이다.

이름 앞에 늘 '천재'라는 수식어가 놓인 의 경우에는 천재성의 이면을 집중 조명한다. 어린 나이에 시작돼 평생에 걸친 극심한 '음악 노동'이 존재했음을 밝힌다. 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마치 서커스단의 원숭이처럼 마차를 타고 서유럽 전체를 누비는 수년간의 고달픈 연주 여행과 창작의 고통을 잊기 위한 피난처로 내기 당구를 즐겼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모성애를 갈구했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격렬한 열정을 가진 사람에 초점을 맞춘 쇼팽,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의 공포 등을 개인사적 궤적을 통해 살펴본 구스타프 말러 등. 음악가들의 삶을 잡다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보여준다.

"듣는 시간을 바치지 않는다면 음악은 결코 당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단언한 저자가, '느리게, 한 음 한 음을 깊이 눌러서'를 뜻하는 책이름처럼 클래식 음악가 한 명 한 명의 삶을 느리고 깊게 음미하도록 해준다.

저자는 현재 경향신문사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활동 중이다. 채널예스에 음악칼럼 '내 인생의 클래식 101', 서울시향의 기관지 'SPO'에 '20세기 음악 산책' 등을 연재하고 있다. 돌베개 펴냄. 1만8,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