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의 모든 것4대강 자전거길 열리며 삼천리 지난해 최대 매출자동차업체까지 시장 진출… 500만원 초고가 제품도무분별한 전용도로보단 교통정책 바꿔야 활성화

/연합뉴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다시 자전거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자전거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는 가운데 고가 자전거 시장의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가 늘면서 고가 자전거를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업계는 올해 극심한 내수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호황을 만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주 2회 휴무까지 더해지면서 자전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대강 특수'도 자전거 열풍을 한층 더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자전거 길'이 지난해 10월부터 부분 개방되면서 전국적으로 자전거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다.

자전거 업계 및 대형마트들은 봄맞이와 함께 오는 4월 4대강 자전거 길 전면개방과 5월 '가정의 달' 등을 앞두고 시장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불황 몰라요"

자전거 업계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의 201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4% 증가한 1,090억원, 영업이익은 238.5% 늘어난 8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873억여원의 연간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724여여원)보다 21%가량 늘어난 것으로 당시 역대 최대 규모여서 주목을 끌었으나 다음해 다시 이 기록이 깨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자전거 제조사인 알톤스포츠도 201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1.1% 늘어난 537억원, 영업이익은 80.2% 증가한 48억원이었다. 알톤스포츠의 경우 2011년 매출은 700억4,000여만원을 기록해 전년(424억8,000여만원)보다 무려 65%가량 늘어난 것이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자전거 시장의 성장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4대강 자전거 길이 부분 개통된 지난해 10월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 자전거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자전거 열풍이 거세다 보니 유통업계는 대대적인 자전거 판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도 자전거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남녀노소 즐겨 찾는 산악용 기종 판매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확대한다는 공격적인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홈플러스도 5월을 겨냥해 자전거 및 관련용품을 최대 20% 할인 판매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마트 매출이 경기불황 장기화와 의무 휴무제 실시 등으로 인해 작년 동기보다 8% 줄어들며 경기불황을 실감하게 했지만 자전거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최근 자전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0% 이상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자전거 사업 확대와 전기자전거와 같은 신제품 출시 등으로 앞으로도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아동이나 청소년 등이 자전거를 주로 탔지만 최근에는 구매력이 있는 중ㆍ장년층의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객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100만원 이상의 고가 자전거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고가의 자전거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대기업도 자전거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외제 자동차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고가의 자전거는 실물로 보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비교적 쉽게 눈에 뛸 정도가 됐다.

한강 둔치에 나가보면 BMW나 벤츠 마크가 붙은 자전거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고급 자동차를 만드는 이들 해외 기업들은 자전거가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주목받음과 동시에 하나의 레저 아이콘으로 자리 잡자 자동차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과 철학이 담긴 고가의 자전거를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체 중에서 BMW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만 5종에 이를 정도로 라인업이 가장 화려하다. BMW 차 값만큼이나 자전거 값도 비싸다. 대당 500만원이 훌쩍 넘는 자전거가 즐비한데, 웬만한 중고차 가격보다 비싸다. 이 자전거는 BMW의 엔지니어들이 개발과 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첨단 기술 집약체

BMW의 '마운틴 바이크 크로스 컨트리'는 평지와 험로 등 모든 지형에서 우수한 주행능력을 갖도록 개발된 산악자전거 모델이다. 탑승 시 몸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하학적인 형태로 설계됐고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아 높은 제동성능을 갖췄다. 30단 시마노 XT 변속 시스템과 4피벗 리어 서스펜션 같은 고급부품을 사용해 판매가가 532만6,000원에 이른다.

카본 소재를 활용한 'M 바이크 카본 레이서'는 카본 프레임으로 몸체를 구성해 7.4㎏의 경량을 자랑하는 '주행용 자전거'다. 시마노의 '울테크라 브레이크'와 20단 기어를 장착해 대당 가격은 490만원이다. 최고급 스포츠카의 차체로 활용되기도 하는 카본은 가볍고 튼튼해 하지만 고가로 유명한 소재다. 도심에서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개발된 '크루즈 바이크'는 179만3,000원, 야외 레저용인 '투어링 바이크'는 239만8,000원이다.

BMW의 자매회사인 'MINI(미니)'도 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어 주목받고 있다. MINI는 주로 실용성이 강조된 접이식 자전거를 팔고 있다. 경량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해 무게가 11㎏으로 비교적 가볍고 최고급 겔 안장을 채용했다.

간단한 몇 가지 조작으로 쉽게 자전거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고, 주행 중 몸의 윤곽선에 맞게 압력이 골고루 분산되는 구조로 만들어져 레저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판매가격은 대당 85만원이다.

벤츠는 벤츠 브랜드가 찍힌 각종 생활용품과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벤츠 컬렉션'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피트니스 자전거' 1종을 판매하다가 최근 판매를 중단했다.

이 자전거는 벤츠가 직접 제작한 알루미늄 재질의 차체 프레임과 29인치 휠을 넣었다. 가격은 대당 323만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25%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벤츠 컬렉션 홈페이지를 통하면 80만~90만원대의 아동용 자전거도 구매할 수 있다.

세계 유명 스포츠카 제조업체들도 자전거를 만든다. 포르셰는 '포르셰 바이크S'와 '포르셰 바이크RS'를 선보이고 있다. 포르셰 바이크S는 포르셰의 대표 스포츠카인 '911'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알루미늄 차체와 시마노 알파인의 11단 허브 기어,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장착했다. RS는 카본 소재로 제작된 초경량 자전거다.

포르셰 자전거는 오는 4월부터 국내에 정식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차 값을 감안할 때 BMW의 자전거보다 훨씬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페라리는 세계의 대표적인 명차 브랜드답게 자사에서 생산하는 자전거 가격도 초고가다. 페라리는 대당 최고 1,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페라리 자전거를 구입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페라리가 공식 수입해 판매하지는 않고 있지만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인터넷 쇼핑몰이나 개별 전문 판매점을 통해 일부 모델이 수입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대당 500만원이 넘는다.

국내 자동차 회사도 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삼천리자전거와 손잡고 '케이벨로'라는 자전거를 선보였다. 기아차의 'K시리즈' 개발을 주도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ㆍ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디자인을 주도했다. 내장 11단 기어와 바구니 등을 갖춘 실용성 모델인 '씨티'가 150만원, 단속기어와 경량 차체를 채용한 주행용 모델인 '스피드'가 110만원에 팔리고 있다.

정부, 관련 정책은 거꾸로

고가의 자전거가 늘어나면서 이런 자전거를 노리는 전문 절도범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가의 자전거만 골라 훔치던 도둑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가 하면 노인이 생활비를 마련을 위해 고가의 자전거를 훔치다 수갑을 차는 일도 있었다.

또 전문 털이범들이 조직을 결성에 강남 등 부유층이 사는 집에서 고가의 자전거만 골라 털어 수십억원대을 챙긴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고가의 자전거는 도둑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자전거는 소홀히 다뤄지기 쉽고 무엇보다 고가의 자전거는 경량화 된 차체 때문에 가벼워 손쉽게 금방 들고 갈 수 있다.

자전거 경량화 추세를 살펴보면 그 기술력의 진보는 놀랍다. 해외 고가 자전거의 차체는 대부분 카본이나 티탄합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자전거뿐 아니라 자전거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도 가볍고 튼튼한 첨단 소재를 활용해 만들어진 게 많다.

최고급 부속품으로 자전거 한 대를 조립하는 커스텀 자전거도 늘고 있다. 커스텀 자전거의 가격은 1,000만원 넘는 일이 예삿일이다. 예컨대 최고품 등급으로 부품가를 알아보면 티타늄 프레임 600만원, 자전거 휠 2개 한 세트 124만 8,000원, 앞 쇽 180만원, 카본 크랭크 95만원, 브레이크 67만 2,000원, 카본 핸들 20만원, 헤드세트 39만원, 스템 19만2,000원, 시트 포스트 32만원, 카본안장 24만원, 페달 68만 8,000원 등등에 이른다.

소비자들이 자전거 부속품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가벼운 자전거와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해 0.1g이라도 가벼운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국내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무게를 1kg만 줄여도 20만∼30만원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전거 경량화는 모든 자전거 제조업체에 있어 시장 점유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로 인식된다.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잣대라 할 수 있다.

알톤스포츠와 삼천리자전거 계열 참좋은레져(옛 첼로스포츠)는 최근 무게가 각각 11.7kg과 10.1kg에 불과한 경량 자전거를 출시했다. 일반자전거보다 2∼4kg 정도 가벼운 자전거를 경량 자전거로 보며 국내 업체들이 경량 자전거를 내놓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들어서다.

1990년대 중반 설립된 알톤스포츠는 초창기 제품 무게가 18∼20kg에 달했고 2000년대 초반 처음 내놓은 경량 자전거도 16kg에 달했다. 10여년새 자전거의 무게는 4kg 넘게 줄었다.

자전거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관련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 도로다.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지 않은 채 자전거 도로만 무리하게 확장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져 시민들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계획을 세우며 2012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완비하고 자전거를 통한 출퇴근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서울시내에서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를 찾기는 힘들다.

현재 서울의 자전거 수송 분담률은 2.58%에 불과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2009~2010년에만 자전거 관련 사업에 480억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2011년에는 주민들의 반대로 자전거 도로 40.5km를 줄이기도 했다.

도로ㆍ교통 전문가들은 자전거 활성화와 모순되는 자동차 위주 교통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자동차 이용 억제를 위해 1996년 도입한 도심 혼잡통행료는 남산 1, 3호 터널에만 부과하고 있고 요금도 15년 넘게 2,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교통량을 많이 일으키는 시설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도 22년째 1㎡당 350원으로 제자리다. 시내 차량 제한 속도도 40~60km로 높은 데다 이마저도 단속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다수 선진국의 도시들은 강력한 자동차 억제 정책으로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런던의 경우 도심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8파운드(약 1만원)의 혼잡료를 물고 있으며 베를린은 시내 도로의 70%를 30km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자동차 규제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 시 교차로 좌ㆍ우회전 지침 등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자전거 이용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ㆍ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