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모음집 '세 번째 개똥은 네가 먹어야 한다' '골을 못 넣어 속상하다'강산에·권해효·김근태 등 각자 꿈꾸는 자유가 다를 수 있다는 것 보여줘

빈센트 반 고흐는 "예술이란, 영화란, 인생이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 놓인 거대한 벽을 조그만 끌을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긁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27명의 자유인이 있다. "원래 자유로웠던 것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 제아무리 제약과 한계가 있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벽 긁기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말해 준.

정치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경미 씨가 2011년 봄부터 2012년 10월까지 '프레시안'에 연재한 인터뷰를 2권의 책으로 엮었다. 정치적ㆍ사회적 입장이 다양한 27명에게 "당신에게 자유란?" 질문을 던지고 들은 답이다.

1권 '세 번째 개똥은 네가 먹어야 한다'에는 가수 강산에,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배우 권해효,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등 13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자유의 공간을 확장하는 삶을 살아온" 문화ㆍ예술인ㆍ학자ㆍ사회활동가들이다.

2권 '골을 못 넣어 속상하다'에는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원희룡 전 국회의원 등 14인의 정치인을 만난다. "사회의 규모가 커져 각자의 선의만으로 서로의 자유를 보호해 줄 수 없게 되면 자유는 정치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며 "사회경제적 자유를 넓히는 정치를 모색"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바라보는 14가지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27인27색으로 자신의 인생과 속내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서울을 동경하던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노래 '와그라노'를 만들게 했다는 가수 강산에. 그는 "창작은 자유와 연관된다"고 말한다. 또한 "인생은 사막을 걷는 것과 같다. 사막에는 길이 없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되더라. 물만 있으면 되더라"며 "그 물이 예술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인생의 목표일 수도 있다. 물이 되어 줄 수 있는 무엇을 가지고 사막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전한다.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우리 세대에게 자유라 함은 타는 목마름 내지 그리움이었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 그 무엇이었다. 자유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났다. 말할 자격이 박탈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유라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존재케 하는 그 어떤 의미였다"고 회상하며 한국정치와 자신의 정치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분노해야 정치인들이 올바른 것을 실천하기 위해 싸움을 불사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하지 않는다. 나도 함께 분노하고 계속 싸울 것이다. 분노하자"던 그의 마지막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세계 최연소 무기수로 14년을 복역하다가 1999년 출소한 강용주 광주 트라우마 센터 원장, 망명객 신분으로 파리에서 택시를 몰아야 했던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전 진보신당 상임대표, 삼성 X파일을 공개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자유를 꿈꾸지만 각자 꿈꾸는 자유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가지 색깔의 자유만을 꿈꿔야 하는 사회보다 더 아름답다며. 후마니타스 펴냄. 각권 1만5,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