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다시 차트 정상… 봄 시즌송 대표 예감

온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벚꽃 축제가 절정이다. 남쪽 지방을 출발해 북상 중인 벚꽃은 수도권에서도 곧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벚꽃 소식을 타고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노래가 있다.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이미 지난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노래가 다시 지상파 인기가요 차트와 디지털음원 차트까지 1위를 꿰찼으니 이상 현상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음악 소비 패턴이 변화된 요즘은 신곡의 라이프 사이클이 유난히 짧기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금년 봄에도 벚꽃 소식과 함께 지난해의 열풍을 재현하며 '봄의 캐럴'이란 애칭까지 부여받았다. 이에 일부에서는 벌써 '봄 시즌송의 클래식이 됐다'는 성급한 평가까지 들려온다.

사실 봄 시즌 송은 봄에 피는 꽃을 소재로 한 곡들이 많았다. 백난아의 '찔레꽃', 최숙자의 '개나리 처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방의경의 '할미꽃', 양희은의 '하얀 목련', '일곱송이 수선화', 조동진의 '제비꽃', 마야의 '진달래', 휘루의 '민들레' 등등.

흥미로운 사실은 벚꽃이 제목으로 등장하는 대중가요는 드물다는 점이다. 설령 있다 해도 온새미로의 '벚꽃이 눈처럼 내리면'을 비롯해 연주곡이 대부분이었다. 가사가 들어간 노래로는 재즈보컬리스트 말로의 '벚꽃지다'와 '소란의 '벚꽃이 내린다' 정도가 떠오르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빅 히트곡은 거의 전무했다.

그동안 벚꽃을 노래한 대중가요가 많지 않았던 이유는 여심에 비견되는 바람과 비를 동반한 봄의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 피고 지는 기간이 짧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날씨에 민감한 대중의 취향과 기호로 인해 탄생된 시즌 송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태양의 계절인 여름 노래는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하고 경쾌한 댄스풍의 멜로디와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 노래가 많고 가을 노래는 사색적이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애틋함과 이별의 쓸쓸한 정조가 감도는 분위기가 대세다.

봄노래는 새 생명이 탄생하고 한 해를 시작하는 계절적 특징을 반영하듯 처지는 멜로디보다는 발랄하고 재미난 리듬이 기본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소라의 '봄'이나 김윤아의 '봄이 오면', 제주소년의 '봄의 사진'처럼 내밀한 개인적 감성을 드러낸 슬프고 비장한 느낌으로 변화되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요즘은 과거부터 흥행보증수표로 통해 온 시즌 송과 더불어 지명송이 각광받는 시대다. 또한 히트곡은 넘쳐나지만 세대를 초월해 온 국민이 즐겨 부르고 듣는 명곡이 사라진 시대다. 해마다 10월 30일만 되면 어김없이 부활되어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처럼 버스커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이 가사를 쓸 때 바로 그 같은 효과를 노렸을지도 모르겠다. 성급하게 느껴지진 하지만 봄시즌 송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각인 받기 시작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일으키고 있는 열풍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단 개화시기에 연동해 '벚꽃'과 '벚꽃엔딩' 노래의 인터넷 검색 빈도가 증폭되는 상관관계의 위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미 확고한 대중적 지지를 획득한 이 노래는 앞으로 매년 '벚꽃 시즌'이 오면 단순 반복적으로 온갖 인터넷 공간과 라디오 채널을 통해 부활되는 벚꽃시즌송의 명곡으로 승격될 필요충분조건을 확실하게 담보한 셈이다.

계절과 공간을 소재로 한 노래가 상당한 3인조 버스커버스커는 지독하게 영리하거나 운까지 따라주는 친구들이다. 봄이 성큼 다가오기 시작한 지난해 3월 29일에 발표한 버스커버스커의 1집은 벚꽃 소식과 더불어 시즌 송 '벚꽃엔딩'이 대박을 터뜨리며 열풍의 시동을 걸었다. 이어 5월부터 시작되어 8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 여수 엑스포의 홍보효과에 편승해 지명 송 '여수밤바다'가 연 타석 히트 퍼레이드를 벌였다.

여름 시즌을 겨냥해 7월에 발표되어 세상을 평정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전까지 두 노래는 별다른 노력 없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졌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건 봄 시즌 송과 지명송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는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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