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되살린 따뜻한 사운드로 세대를 아우르다

2012년은 싸이 열풍과 함께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던 한 해였다. 더욱 고무적이었던 현상은 오랫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요지부동이던 '아이돌 천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아이돌의 비주얼 음악에 대한 대중의 편식은 소화불량 수준이었다. 천편일률적으로 '그 노래가 그 노래'인 후진적 음악환경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호응을 이끌어낸 지난해의 성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이다.

이처럼 바람직한 분위기에 루키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여수 밤바다'도 한몫 단단히 거들었다. 이들의 1집은 1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기록에다 모든 음원차트를 올킬하는 예상치 못한 성과를 올렸다. 미리 녹음해두었지만 '봄'이라는 앨범 콘셉트로 인해 제외된 '여름' 느낌의 5곡을 서비스차원으로 발표한 '버스커버스커 1집 마무리' 앨범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에 버스커버스커에게는 '가요계의 전자음에 대한 강박을 단박에 깨버린 아날로그 감성의 총체', '대중가요계의 반성을 불러온 담백한 혁명'이란 극찬과 함께 '오디션이 낳은 음악계의 이상적 슈퍼 히어로', '진정한 가요의 의미를 되찾게 해준 팀'이란 평단과 언론의 찬사가 끝없이 이어졌었다.

버스커버스커는 장범준(보컬, 기타), 김형태(베이스), 브래드(드럼)로 구성된 3인조 라인업이다. 2011년 상명대 애니메이션학과 선후배인 장범준과 김형태는 같이 듣던 수업의 영어강사 브래드와 의기투합했다.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학교 인근의 천안 야우리공원에서 버스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M.net '슈퍼스타K3'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한 이들은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다.

치열한 오디션 경연 때 자신들의 개성적인 편곡과 연주로 부른 미션 곡 '동경소녀', '막걸리나', '서울사람들' 등은 곧바로 음원차트 1위로 이어지며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오디션탈락의 쓴맛을 봤다 부활했던 이들의 질긴 생명력은 1집을 통해 단지 운이 좋은 밴드가 아닌 실력까지 구비했음을 입증했다. 실제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장 이전까지 대중은 무차별로 흘러나오는 이들의 노래들을 피할 길이 없었다. 아니 피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 원동력은 쉬운 코드로 들려주는 심플한 사운드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솔직한 가사에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바이브레이션 창법으로 진심을 전하는 장범준의 담백한 보컬과 기타연주, 잔잔하게 리듬감을 더하는 김형태의 베이스, 활기 넘치는 브래드의 드럼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매력적인 사운드를 구현했다.

이들의 성공은 아이돌의 댄스 팝으로 얼룩진 주류 대중음악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고, 외면당했던 밴드음악을 대중적 인기의 중심으로 견인하는 놀라운 기적을 창출했다. 봄 거리를 벚꽃보다 화려하게 채색한 '벚꽃 엔딩'과 엑스포가 열린 여수를 더욱 빛나게 한 '여수 밤바다'를 비롯해 1집에 수록된 다정한 노래들은 화려한 춤과 비주얼이 없어도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주류 대중음악계의 인식 변화와 체질개선을 주도했다.

또한, 인디밴드의 포크 록 장르음악이 주류 기획사의 제작 시스템과 결합해 빛을 발했다는 점도 특별했다. 특히 '여수밤바다'는 봄 시즌을 겨냥해 준비했던 '벚꽃 엔딩'과 달리 대중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들의 성공신화에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차분하고 따뜻한 포크 팝의 질감에다 적절하게 배치된 밴드 사운드, 그리고 서정적으로 구성된 편곡의 힘에다 순박한 보컬이 합체돼 발휘한 노래의 매력은 엄청났다. 바로 그 매력 때문에 이들의 1집과 '여수밤바다'는 2013년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앨범과 노래 부문을 휩쓰는 성과를 올렸다.

문제는 소포모어 징크스 극복.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청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지는 노래 창작에 남다른 재주를 가진 장범준의 창작 샘은 마르지 않을 것이고 이제 대중도 '마음'으로 듣는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분 좋게 지켜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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