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주 '철학자의 사물들'익숙한 사물과 철학 연결… 자동판매기-데카르트진공청소기-스피노자 등 통찰과 상상력 돋보여

니체
질문) 1번 사물과 2번 철학자 중 각각 연관되는 것끼리 짝을 찾아 연결하시오.

1. 자동판매기, 진공청소기, 담배, 선글라스, 가죽소파, 변기, 시계, 구두, 여행가방.

2. 데카르트, 스피노자, 프로이트, , 사르트르, , 벤야민, 하이데거, 알랭 드 보통.

모르겠다. 그나마 찾자면 여행에 대한 글을 많이 쓴 알랭 드 보통과 여행가방 정도를 생각해 본다.

"해마다 책을 1,000권씩 사들이고, 그것을 꾸역꾸역 읽는 것을 인생의 큰 보람과 기쁨으로 여긴다"고 말한 바 있는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석주. 그가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을 현대 철학자나 사상가와 절묘하게 연결시킨 책을 펴냈다.

루소
신간 '철학자의 사물들'은 수많은 책을 열정적으로 탐독하는 다독가인 그의 에세이다. 서른 개의 사물을 서른 명의 철학자와 결부시켰다. 그리고 '관계' '취향' '일상' '기쁨' '이동' 다섯가지 테마로 분류해 엮었다.

일례로 "선글라스는 눈빛과 눈동자, 그리고 내면 심리를 가린다"며 선글라스에 일종의 '가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의 철학에 접근한다. "깊이 있는 모든 것은 가면을 사랑한다. 모든 깊이 있는 정신에는 가면이 필요하다"는 의 '선악의 저편'을 언급하며 선글라스-가면-의 철학을 연결한다. 구체적인 사물에서 추상적 철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독한 인간은 선량하다"는 장 자크 의 '고독'을 떠올리는 사물은 '변기'다. "현대사회 속에서 바쁜 사람들은 밀폐된 공간의 좌식변기에 앉는 순간 비로소 고독한 사유 주체로서의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며, 변기-고독-를 잇는다. 혼자 있는 일상의 순간을 찾아내, 고독 속에서 자기를 향유하는 자의 행복을 발견한 의 철학으로 다가간다.

이 책에서 자동판매기-데카르트, 진공청소기-스피노자, 담배-프로이트, 가죽소파-사르트르, 시계-벤야민 등으로 엮어낸 저자의 철학적 탐닉은 기발하다. 철학의 통찰력과 문학의 상상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접근이다.

스스로를 '행복한 사물 감식가'라고 한 저자는 "사물들이 이끈 그 사유 안에서 삶과 죽음, 주체와 타자, 꿈과 기대, 욕망과 무의식, 기호와 교환 따위에 대해 묻고 대답하려고 했다"며, "사물의 물성에 대해 사유하며 여러 철학자들의 철학을 끌어다 썼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이 책에 대해 "우리 주변에 가까이 존재하는 서른 개의 사물을 각기 서른 명의 철학자나 사상가의 문제의식과 절묘하게 연계시켜 설명하는 일종의 철학적 에세이"라며, "이 책을 통해, 그 어떤 난해하고 오묘한 철학적 문제의식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과 일상 속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저자 장석주는 동덕여대, 명지전문대학, 경희사이버대에서 강의하고, EBS라디오와 국악방송 등에서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세계일보에 '인문학 산책'을, 월간 신동아에 '크로스인문학'을 연재했다. MBC 라디오의 '성경섭이 만난 사람들'에서 '인문학카페'를 1년 동안 꾸렸다. 저서로는 '풍경의 탄생', '들뢰즈 카프카 김훈', '장소의 탄생', '이상과 모던뽀이들', '일상의 인문학', '마흔의 서재', '장석주의 크로스인문학-동물원과 유토피아' 등이 있다. 동녘 펴냄. 1만5,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