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웹툰 시대' 왔다

2001년 '마린블루스' 원조 포털사이트 통해 본격적 확장
강풀 '순정만화' 성공으로 유머·액션·순정 등 장르 다양화

'이끼' 2010년 338만명 흥행이어 '이웃사람'·'26년' 등 잇단 대박
연극·애니까지 진출 성공시대… 스타작가 되면 판권·인세 등 고수입

요즘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중 절반 정도는 포털사이트 혹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웹툰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난 웹툰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의 확산으로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다.

실제로 인기 웹툰 및 작가의 경우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권에 자주 오르내리고 '차도남', '끝판왕' 등 웹툰에 등장했던 단어들이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바야흐로 '대웹툰시대'가 열린 것이다.

웹툰이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인터넷으로 보는 만화를 지칭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만화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우스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며 보는 인터넷 화면의 특성에 맞게 컷구성과 형식 등을 기획, 기존 만화와는 차별화된 포맷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도 포함된 것이다. 지금도 웹툰은 BGM, 3D효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웹툰의 원조로는 '웹툰'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전인 2001년 11월, 작가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처음 선보인 '마린블루스'(정철연 작가)를 꼽을 수 있다.

스크롤 방식의 다이어리툰이라는 신선함으로 독자들을 열광시킨 '마린블루스'는 캐릭터 상품으로서도 승승장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연재된 '스노우캣'(권윤주 작가),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작가) 등도 웹툰이라는 형식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초창기 멤버다.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던 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빨리 포착한 것은 포털사이트들이었다. 야후코리아가 2002년 3월 '카툰세상'이라는 코너를 신설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네이버, 싸이월드 등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본격적으로 웹툰 시장 장악에 나섰다.

허영만 작가
웹툰의 중흥기라 불리는 이 시기 웹툰 작가로 가장 성공한 사람은 강풀 작가였다. 강풀 작가가 2003년 10월 다음에 연재하기 시작한 '순정만화'는 일일 최고 조회수 200만건, 평균 댓글 수 25만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서사적인 기술방식을 취하고 있는 '순정만화'의 성공은 웹툰이 단순한 신변잡기적 에피소드에 국한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고 이후 웹툰은 유머, 액션, 드라마, 순정, 스포츠, 스릴러, 판타지 등 무궁무진한 장르를 포함할 수 있게 됐다.

웹툰의 성공은 만화가 입문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담을 수 있게 해줬다. 웹툰 작가들은 더 이상 유명 만화가의 화실에서 오랜 기간 도제식으로 실력을 쌓지 않는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재미있는 스토리만 있으면 탁월한 그림실력이 없이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만화의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독자들은 더욱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폭넓은 장르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웹툰은 영화, 연극, 게임 등 여러 형태로 재탄생됐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영화화된 웹툰이다. '비트', '타짜', '미녀는 괴로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만화는 본래부터 영화의 원작으로 자주 이용돼왔다. 줄거리가 흥미롭고 화면 콘티가 따로 필요 없어 원작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난 까닭이다.

특히, 스크롤 방식의 웹툰은 영화의 카메라워크를 방불케 하는 구도와 배치,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 만화보다 영화화하기가 더 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화된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작가는 웹툰 대중화의 첨병에 섰던 강풀 작가다. 강풀 작가의 작품은 '아파트'(2006년)를 시작으로 '바보'(2008년), '순정만화'(2008년),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년) 등 작품 대부분이 영화화됐다.

영화화된 웹툰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윤태호 작가의 '이끼'였다. 강우석 감독이 2010년 제작한 '이끼'는 338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웹툰의 영화 원작으로써의 가능성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이후 개봉된 강풀 작가 원작의 '이웃사람'(2012년)과 '26년'(26년)도 각각 243만명, 29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재의 복수극으로 뚜렷한 투자자를 찾지 못했던 '26년'(2012년)은 결국 '제작두레' 방식으로 제작, 결국 흥행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개봉을 앞둔 '은밀하게 위대하게'(Hun 작가)도 흥행 대박이 예상된다. 북한의 남파특수공작요원들이 한국에 숨어들어 겪는 사건을 그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 박기웅, 손현주 등이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밖에 김태용, 이정섭, 변영주 감독이 제작하는 '신과 함께'(주호민 작가), '목욕의 신'(하일권 작가), '조명가게'(강풀 작가) 등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와 하일권 작가의 '삼봉이발소' 등은 연극으로 변신해 호평을 받았다.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제작됐으며 김규삼 작가의 '쌉니다 천리마마트' 또한 애니메이션 및 시트콤, 게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웹툰의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웹툰의 시장규모 및 작가 평균수입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웹툰의 시장규모를 1,000억원대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현재 웹툰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는 단순하다. 작가가 포털사이트에 웹툰을 올리면 포털사이트는 이를 무료로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때 포털사이트는 독자들이 웹툰을 소비하면서 발생되는 트래픽을 통해 광고수익을 올린다. 웹툰을 포털사이트에 연재하고 받는 고료가 작가들의 주된 수입원이 된다.

물론 일부 스타 작가들의 경우 단행본 출판 인세나 영화 판권 등 2차 저작권 수입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다이어터', '어쿠스틱 라이프', '미생', '마조앤새디' 등의 경우 상당한 인세를 받고 있고, 강풀 작가의 경우 영화 판권으로 얻는 수익도 적지 않다. 카카오톡 등에서 소비되는 이모티콘 스티커, 웹툰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 라이선스 등으로 수익을 얻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나 신인을 포함한 대다수 웹툰 작가들의 경우 포털사이트로부터 받는 150만원 내외의 고료가 수입의 전부다. 조회수가 높아지면 자연히 고료도 오르는 구조이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에 경쟁자가 많아 여간해서는 인기 작가 대열에 오르기 어렵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포털사이트가 웹툰 작가들의 수익 확대 위해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3월 20일 웹툰 작가들을 대상으로 수익 모델 다변화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네이버는 웹툰을 통한 수익창출 프로그램(PPS)을 이용, ▦웹툰 소재나 해당 회차의 내용에 맞는 상품을 작품 하단에 삽입하는 텍스트형 광고 ▦작품의 캐릭터를 이용한 이미지형 광고 ▦작품 내용 중 상품을 직접 노출하는 PPL 등을 소개했다.

한때 웹툰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파란닷컴, 야후코리아 등 주요 포털사이트 대부분을 통해 제공되며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파란닷컴, 야후코리아가 연이어 서비스를 중단하며 웹툰 시장은 2강(네이버, 다음) 1약(네이트)로 재편됐고 자연스레 웹툰 작가들이 설 땅도 좁아졌다. 그렇다면 현재 남아있는 포털사이트들에서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웹툰들은 어떤 것일까.

네이버 '오늘의 웹툰'의 최고 화제작은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이다. 작가가 가족, 여자친구, 애완견 등 주변인물들과 벌이는 일화를 재미나게 엮은 '마음의 소리'는 2006년 9월 첫선을 보인 뒤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판타지 웹툰인 '신의 탑'(SIU 작가), '노블레스'(손제호, 이광수 작가)도 탁월한 그림체와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몇 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작이다.

다음 '만화속세상'에서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단연 인기다. 바둑 특기생이었던 주인공이 입단 실패 후 종합상사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미생'은 30대 직장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북한산 산악구조대원들의 일상을 그린 'PEAK'(임강혁 작가)와 2005년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은 '위대한 캣츠비'의 후속작 '아름다운 선'(강도하 작가)도 다음의 인기 웹툰으로 꼽힌다.

네이트에서는 짧은 호흡의 개그 웹툰들이 대세다. 독특한 외모를 지닌 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가족같은 분위기'(홍승표 작가), 퓨전사극 코믹웹툰 '하노백'(소양인 작가) 등이 네이트의 대표작이다.

허영만… e세상서도 그명성 그대로


● '만화계 거장'도 웹툰 작가 합류

김현준기자

기존의 만화 시장이 사양길을 걷는 반면, 웹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만화계 거장들도 속속 웹툰 작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각시탈', '오! 한강', '비트',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다수의 만화를 히트시키며 거장 반열에 오른 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다. 허 작가가 다음에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연재한다고 했을 때 만화계 전체가 들썩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허 작가가 10년에 걸친 사료 조사와 2만km의 현장 고증을 거치며 준비했다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칭기즈칸의 탄생에서부터 그가 몽골 제국의 황제가 되기까지의 방대한 이야기로 '역시 허영만'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로 무료 웹툰 시장에서도 유명세를 이어간 허 작가는 지난달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카카오페이지'에서 '식객2'를 유료 연재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태다.

전설의 레전드. 이는 지난해 웹툰에 처음 입성한 김성모 작가에 대한 '돌아온 럭키짱' 페이지의 소개 글에 담긴 표현이다. 김 작가는 코믹스부터 대본소 만화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프로덕션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적어도 '다작'이라는 측면에서 김성모 작가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만화가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현재도 웹툰을 비롯해 신문 만화, 단행본까지 여러 편의 만화를 동시에 그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 작가는 네이버에 '돌아온 럭키짱'을 연재하며 큰 화제가 됐다. 김 작가는 2000년 6월 끝맺은 '럭키짱'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며 "만화는 극화체가 주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돌아왔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강건마, 지대호, 마영웅, 나도하 등 옛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그대로 등장시킨 '돌아온 럭키짱'은 나이 지긋한 독자들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성공적인 복귀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 만화계의 대부 격인 천계영 작가도 2011년 8월부터 웹툰 '드레스 코드'를 연재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만화계에 등장한 천계영은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DVD' 등 독특한 감성의 순정만화들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패션 초보자에게 옷 잘입는 법을 소개하는 내용의 '드레스 코드'를 그리기 위해 천계영 작가는 3년 동안 의류매장을 돌아다니며 자료조사를 했다고 알려졌다.

기존의 그림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그림과 풍성한 내용의 '드레스 코드'는 매화마다 주목을 받으며 다음의 주요 웹툰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