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쓴 연설문·기고문을 통해 본 '아인슈타인의 생각'대중적인 천재 물리학자의 재치있는 상대성이론 설명광대한 우주 앞에서 존재의 나약함 깨닫고겸손 실천한 내면세계 담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발표 당시 사람들이 기존에 품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이론이었다. 상대성 이론이 너무 어려워 세계에서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는 속설이 있었다.

아인슈타인 집 근처의 가게 주인이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그게 뭐요? 쉽게 설명해 줄 수 없소?"

아인슈타인이 가게 주인에게 상대성 이론을 설명했다.

"당신이 예쁜 여자와 1시간을 함께 있으면 1분처럼 느껴지겠죠?"

"그럼요." 가게 주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1분 동안 앉아 있다면 1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지겠죠?"

"당연한 말씀!"

"그게 상대성입니다."

폭탄 맞은 듯 엉클어진 쑥대머리, 혓바닥을 쑥 내민 장난끼 가득한 얼굴, 헐렁한 옷을 걸치고 칠판 앞에 선 모습. 그 어떤 과학자보다 대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위 일화의 주인공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그는 1905년 스위스 특허국 3급 기술 시험사 신분으로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을 비롯해 무려 25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로 인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한 물리학계는 1905년을 '경이의 해'라고 부를 정도다.

상대성 이론이 지닌 철학사적 의미는 '한 명제가 진리이면서 동시에 거짓일 수는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가지 형식논리 중 하나인 배중률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동일한 현상에 대한 관찰 결과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신간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아인슈타인이 연설이나 신문, 잡지, 학회보 등에 발표한 것들을 모은 책이다. 과학, 종교, 유대인, 평화, 개인, 학문, 경제로 분류해 실었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태양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행성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식의 착각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의 위대한 개성과 업적을 통해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쳤습니다."

아인슈타인이 1953년 12월 컬럼비아 대학에서 열린 코페르니쿠스 서거 41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이 말은, 광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 존재의 나약함을 깨닫고 일찍이 겸손을 실천했던 한 물리학자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상대성 이론', '이론 물리학의 원리들' 등의 글들을 통해서는 과학자로서의 아인슈타인을 만난다. 또한 과학자가 보는 종교는 어떠한 것인지, 유대인이란 어떤 존재인지, 평화주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등 아인슈타인이 직접 쓴 글들을 통해 그에 대한 궁금증이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과학자인, 철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이 책 안에 있다. 부글북스 펴냄. 1만4,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