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모래밭과 푸른 시냇물이 350도휘돌아 흐르는 '뭍 속의 섬'뿅뿅다리 건너며 소중한 추억 쌓고 하트산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 약속 물고기 잡으며 더위 씻기에도 제격

회룡포로 건너가는 추억의 뿅뿅다리
달떡처럼 둥그스름한 반도 가운데에 아담한 마을이 아늑하게 앉아 있고 그 주위로는 잘 정리된 논밭이 반듯이 누워 있다. 반도를 빙 두른 둑길 바깥으로는 하얀 모래밭과 푸른 시냇물이 한 쌍의 가락지처럼 유유히 돌아 나간다. 이 모든 것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절묘한 풍경은 어느 화가도 그릴 수 없는 천연의 수채화일 터. 비룡산 무제봉 아래에 1999년 세워진 전망대, 회룡대에 올라 굽어본 회룡포의 절경이다.

낙동강 줄기인 내성천이 350도로 휘돌아 흐르면서 '뭍 속의 섬'을 연상케 하는 빼어난 비경을 빚었다. 더욱이 사방으로는 부드러운 산들이 빙 둘러싸고 있어 '산태극 수태극(山太極水太極)'의 명당을 이룬다. 산과 물이 부둥켜안고 흥겨운 춤사위를 벌이는 듯하다.

회룡포 반도의 가느다란 동쪽 목덜미는 높이 20미터 남짓, 너비는 100미터도 채 안 된다. 영양군 입암면 남이포에 가면 옛날 남이 장군이 용마를 타고는 용의 두 아들인 아룡 및 자룡과 싸우다가 칼로 산을 잘랐다는 선바위가 있다. 만일 남이 장군의 칼이 살짝 이곳을 스친다면 회룡포는 진짜 섬이 될 듯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이어져 있다. 노년기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강물이 빙 돌아 흐르며 물돌이동을 이루는 곳이 많지만 회룡포만큼 완벽한 물돌이동을 연출하는 곳은 없다.

회룡포는 옛날 배를 타고 온 의성 상인들이 소금을 부렸다 해서 의성포로 불렸다. 그러다 1996년, 건너편 회룡 마을의 지명을 따서 회룡포(回龍浦)로 고쳤다. 의성포라고 하면 관광객들이 의성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까닭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는 인근 풍양면 청운3리 사막 마을에 살던 경주 김씨 조상들이 들어와 대대로 살아간다.

조선 시대에는 유배지였던 오지

회룡대에서 굽어본 회룡포 전경
회룡포는 고작 여덟아홉 가구가 오순도순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이 몰려들어 북적댔다고 한다. 전쟁의 참화도 비켜갈 만큼 꼭꼭 숨은 오지였던 것이다. 이런 절해고도 같은 지형을 이용하여 조선 시대에는 유배지로도 쓰였다.

회룡포를 굽어보는 전망대인 회룡대로 가려면 장안사로 향하는 산악도로를 굽이굽이 올라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장안사가 지척에 보인다. 신라 경덕왕 16년(758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아담한 산사지만 제법 뜻이 깊은 고찰이다.

삼국통일 후 신라는 '나라가 길게 안녕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세 곳에 장안사를 세웠다. 북쪽으로는 금강산, 남쪽으로는 부산 불광산, 그 사이인 예천 비룡산, 이렇게 세 군데에 장안사를 창건했다. 금강산 장안사는 용의 머리, 부산 장안사는 용의 꼬리, 예천 장안사는 용의 허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장안(長安)은 불가에서 지상낙원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예천 장안사는 범종이 특이하다. 범종에 새겨진 부처상 아래의 원 안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범종을 지나 2분쯤 걸으면 회룡대 등산로 입구인 석불좌상 앞에 다다른다. 여기부터는 제법 경사가 가파른 산길이지만 불과 5분 남짓이면 회룡대에 이른다.

강수욕 즐기며 더위 씻기에도 좋아

사랑의 산, 하트산 조망
회룡대 직전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가 눈길을 끈다. 연인들이 사랑을 약속하면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고이 간직하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곳이다. 그 앞 저 멀리로는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산이 손짓한다. 풍수적으로 좌청룡에 해당하는 삼각형 산줄기는 총각산, 우백호에 해당하는 여궁곡 형태의 산줄기는 처녀산인데, 그 사이로 하트 모양의 지형이 또 하나의 산처럼 보이는 것이다.

회룡대에서 빼어난 조망을 만끽하고 회룡 마을로 내려온다. 회룡 마을을 지나 길 끝에서 내성천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면 회룡포 마을이다. 건축 공사 때 쓰는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비계)을 깔아 놓은 이 다리는 뿅뿅다리라고 일컫는다. 1997년 오래된 외나무다리 대신 놓은 이 다리는 발판 구멍으로 물이 퐁퐁 솟아 퐁퐁다리라고 불렀으나 이듬해 언론에 뿅뿅다리로 잘못 보도되는 바람에 그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비록 엉성해 보이지만 오토바이가 너끈히 건널 만큼 제법 튼튼하며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심어주는 명물로 자리 잡았다.

회룡포 앞 내성천은 물이 맑고 모래밭이 고와 피서객들도 즐겨 찾는다. 숲 그늘이 부족한 게 아쉽지만 오토캠핑장이 마련되어 있고 원두막들도 늘어서 있어 강수욕을 즐기며 쉬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름철 외에는 수영보다는 물고기 잡으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가사리, 은어, 피라미 등이 많고 비가 오면 메기와 잉어도 올라온다고 한다. 인간뿐 아니라 백로와 왜가리도 한몫 잡겠다며 물고기 사냥에 끼어든다. 불현듯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 찾아가는 길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사랑의 자물쇠
영동고속도로-여주 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점촌함창 나들목-문경대로-사아매 교차로-함창로-용궁로-성저길-회룡대길을 거친다.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을 이용해 예천읍을 거쳐도 된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용궁으로 가는 버스를 탄 뒤에 향석리 방면 버스로 갈아탄다. 장안사까지는 버스가 올라가지 않으므로 가파른 고갯길을 걸어야 한다.

■ 맛있는 집

예천군 용궁면은 순대로 이름난 고장이다. 용궁순대는 두툼한 돼지막창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얇고 부드러운 소창순대와 달리 풍부한 육즙과 쫄깃한 식감이 입맛을 당긴다. 다만 순대국밥에는 돼지막창 대신 소창순대가 들어간다. 용궁면의 순대 전문점들은 오징어불고기로도 인기를 끈다. 여러 집 가운데 단골식당(054-653-6126), 박달식당(054-652-0522), 용궁순대집(054-655-4554) 등이 유명하다.


1999년 세워진 전망대인 회룡대
회룡포 앞 백사장에서 야영을 즐긴다
용궁 단골식당의 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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