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최근 4~5년 사이 방영된 서울 소재 드라마 촬영지 70곳 소개

창신동에 가면 '까칠한'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이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을 기다리거나 몰래 훔쳐보던 장면이 생각난다. 로맨틱 판타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2010년 주인공 남녀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창신동은 주인공 라임과 백화점에 근무하는 친구 임아영(유인나)이 함께 사는 집이 위치한 곳이다. 집근처 주차장 저편으로 동대문시장 주변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신동은 2004년 박신양 김정은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2011년 개봉한 88만원 세대를 소재로 만든 한예슬 송중기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곳은 사회적 신분 차이가 나는 남녀 간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혹은 무일푼에서 자수성가하는 성공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남도현이 쓴 '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는 최근 4~5년 사이에 방영된 대표적인 드라마에 등장한 촬영지를 소개한 책이다. "여러 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거나, 매우 감동적이었거나 가슴을 울컥하게 했던" 장면에 등장한 서울의 70곳을 담았다.

최근 해외 한류 팬들이 많이 찾는다는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성(이선균)이 사는 집이 있는 부암동. 2012년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장동건)과 임태산(김수로)의 건축사무실로 나왔던 공간사옥이 있는 원서동. 2009년 '찬란한 유산'과 2012년 '더킹 투하츠' 등을 촬영했고 가벼운 걷기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은 서울 성곽길. 2010년 '개인의 취향'에서 박개인(손예진)의 거주 공간인 멋진 한옥이 있는 북촌 한옥마을. 등등. 200편 이상의 드라마를 떠올리고, 그때 그 장면을 추억하게 한다.

또 서울의 대표적 명소와 드라마의 주요 장면을 재현한 일러스트를 100여 컷 수록한 점도 인상적이다. 촬영지의 역사적 배경과 소개된 장소를 찾아가는 방법, 촬영지 주변의 볼거리, 먹거리 등의 정보도 담았다.

저자 남도현은 "드라마가 한류의 핵심 장르가 되면서부터 외국 팬들이 드라마 촬영지를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도쿄에서 일하던 2010년경 나는 주변의 일본 친구들로부터 한국의 드라마 촬영지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드라마 촬영지를 한번 정리해서 그들의 질문에 통째로 답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대한민국은 드라마 공화국이다'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드라마'라는 가이드를 따라 서울을 돌아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드라마 속 서울의 실제 모습을 선물하는 훌륭한 '한류 관광' 콘텐츠 역할에도 충실하다. 이숲 펴냄. 1만5,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