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룩스-성정원 'Can you hear me?' 전

편지와 전보 대신 전화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을 전하는 시대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이 난무하고, 속도가 지배하는 곳에서 한땀한땀 정성이 배인 말은 제대로 전달되기도 전에 이런저런 벽에 막혀 튕겨나가기 일쑤다.

그래서 소통의 수단과 그 편리성이 엄청나게 발전한 오늘날, 그것이 진정한 소통으로 기능하는지는 의문이다. 소통이 흘러넘치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소통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통 때문에 힘들어하고 상처 받고 있지 않은가?

갤러리 룩스에서 선보이는 성정원의 ‘Can you hear me?’전은 거짓과 왜곡이 난무하는 현대의 환경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소통’에 대해 묻는다. 그 질문의 방식은 역설적이고, 이미 답을 내포한 듯하다.

작가는 벽면에 부착된 모르스부호 이미지와 그 소리를 종이컵을 통해 들려주는 설치작업을 통해 ‘소통’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벽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걸려있는 종이컵을 집어 들고 귀에 갖다 대면 그 모르스부호음이 들린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이고 원시적인(?) 장치가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이제는 잊혀지고 사라지는 모르스부호라는 매개를 통해 아득한 먼 곳의 누군가와 전기신호를 이용해 소통하려 했던 당시의 간절한 욕망을 상기시킨다. 이 욕망은 현실과 대비되면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스마트폰과 기계 문자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와 소통을 하며 살고, 살기 위해서 무수한 소통이 요구된다. 동시에 불통의 벽에 상처받는 것도 감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전시는 ‘소통’의 진정성과 간절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뜻 깊은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 19일까지 전시. 02)720-8488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