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에 이르는 대산호 맞닿아 스노클링·스쿠버 다이빙 등 다양한 해저 액티비티 만끽하고4마일 모래해변엔 산책 행렬 세계의 부호·허니무너 몰려들어

산호 바다 위에서 즐기는 망중한
호주 북동쪽 퀸즐랜드주의 포트 더글라스(Port Douglas)는 1년 내내 훈풍이 부는 도시다. 세계자연유산인 대산호초와 맞닿은 포구도시에는 전 세계 부호들과 허니무너들이 고즈넉한 휴양을 위해 찾아들고 있다.

도시는 규모로만 치자면 앙증맞다. 번화가라는 매크로슨 거리는 작은 노천바와 레스토랑들이 소담스럽게 들어서 있다. 한 낮의 도심은 낯선 시골마을에 온 듯 한가로운 풍경이다. 포트 더글라스의 포구는 예전 골드러시 때 금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곳이다. 지금은 표정이 완연히 다르다.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나무데크에는 크고 작은 호화스러운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그 풍경이 황금만큼이나 단아하다.

세계최대 자연유산인 대산호초

이곳에서 100만달러 짜리 요트 위에 몸을 싣는다. 발끝 사이에서 찰랑대는 파도에 훈풍이 실린다. 쏟아지는 햇살은 바람보다 강렬하다. 요트가 향하는 곳은 ''로 불리는 산호초 군락이다. "2000km 대산호는 세계 최대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달에서도 보인다"는 설명이 스피커를 타고 흐른다.

먼 바다 위에는 액티비티용 바다 정거장이 둥둥 떠 있다. 들뜬 이방인들이 정거장으로 몸을 옮기면 몸통만한 열대어들이 비둘기처럼 몰려든다. 의 산호나 열대어들은 고맙게도 보존이 잘 된 편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유산을 망치는 일 따위는 삼갔다.

포트 더글러스 요트 투어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응용한 해저 액티비티들도 이곳에서 인기 높다. 바다 속을 걷은 '시워커' 외에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수중 잠수함을 탈수 있다. 포트 더글라스의 산호바다에서는 해저 웨딩도 치러진다. 웨딩드레스 입고 산소통 메고 와인잔을 치켜 든 여인의 얼굴이 행복감에 젖어 있다.

대산호초 여행은 삼박자로 진행된다. 아득한 바다를 질주하고, 황홀한 해저세계를 봤으면 하늘에 오른다. 헬기를 타고 오르면 심장은 다이빙을 할 때와는 다른 템포로 요동친다. 푸른색을 이용해 바다라는 캔버스 위에 추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고요한 산책이 깃든 포마일비치

다시 돌아온 포트더글라스의 포구는 그윽한 저녁 풍경이다. 요트 투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그 포구에 앉아 저녁을 맛본다. '바라문디'. 이 곳 레스토랑들에서 메인 요리로 나오는 생선은 대부분 호주에 서식한다는 바라문디다. 암컷으로 살다가 2,3년이 되면 숫컷으로 성전환을 한다는 생선은 사연은 독특하면서도 맛이 부드럽다.

이곳 원주민인 자푸카이족이 재현하는 군무에는 숲과 동물들의 표정이 서려 있다. 별이 총총 떠 있는 숲으로 들어서면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원주민들이 캥거루 춤을 춘다. 이들의 춤은 신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자푸카이족들에게는 바다의 토템과 육지의 토템을 믿는 부족들이 서로 엇갈려 혼인 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디제리두를 연주하는 원주민
다음날 아침이면 스쿠터에 오른다. 포트 더글라스를 구경하는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실제로 많은 청춘들이 앙증맞은 스쿠터나 자전거를 빌려 도시를 둘러본다. 마을의 명물인 철로 만들었다는 카페와 이방인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바닷가 교회도 스쳐 지난다. 매크로슨 거리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포마일 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부호들의 별장들은 대부분 이곳 포마일 비치가 보이는 곳에 위치했다.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휴가차 이곳 포트 더글라스를 찾기도 했다. 산호 바다와 맞닿은 모래해변은 이름처럼 4마일 가량 뻗어 있다.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고요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숨가뿐 여행의 쉼표는 거리의 한적한 노천카페에서 찍는다. 이곳에서 '롱블랙' 커피 한잔을 마신다. 이 일대에 아메리카노 커피는 없다. 진한 롱블랙이 대세다. 푸른 바다 향과 색에 어울리는 강렬한 향과 맛이다. 커피 한잔의 나른함에 눈을 감으면 케언즈에서 포트더글라스로 향하던 새벽 여명의 해변 길이 떠오른다. 100만달러 짜리 감동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바다향이 닿는 곳 어디든 진한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여행 메모

▲ 가는길=포트더글라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케언즈가 포트더글라스의 관문이다. 케세이패시픽으로 홍콩을 경유하거나, 대한항공을 이용해 브리즈번을 경유해 케언즈까지 이동할 수 있다. 케언즈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 공항이 구분돼 있다. 케언즈에서 포트더글라스 시내와 숙소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1시간 소요.

▲ 체험거리=포트 더글러스에서는 보트를 타고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헬기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요트 위에서 일몰을 보며 샴페인을 즐길 수 있는 선셋크루즈도 흥미롭다. 스쿠터는 한국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현지에서 빌릴 수 있다.

리조트 사이로 형성된 라군
▲ 기타 정보=포트 더글라스는 1년 내내 덥거나 따뜻해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아침 저녁은 선선해 긴팔 옷이 필요하다. 포트더글라스 숙소에서 시내나 공항까지는 픽업 서비스가 제공된다. 전기도구를 사용하려면 한국과 달라 별도의 연결 커넥터가 필요하다. 호주 퀸즐랜드 관광청(www.queensland.or.kr)을 을 통해 자세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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