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목(木)-간(肝)

지난 칼럼에서 東方生風 風生木 木生酸까지 말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산생간(酸生肝), 즉 자연의 일부인 인체에서 어떤 장기가 자연의 목(木)의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방생리학 칼럼에서 횡격막을 사이에 두고 인체를 음양(陰陽)으로 나눠 설명한 적이 있다. 음의 위치에 있으면서 양의 역할을 하는 장기는 간(肝)밖에 없었다. 즉 간은 음중지양(陰中之陽)이다. 음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횡격막을 지나 양쪽으로 영양물질을 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미(酸味)는 간에서 심장으로 영양물질이 옮겨질 때 적당한 점도를 만들어 줘서 잘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역할로 간을 돕는다. 그래서 산생간(酸生肝)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간은 목(木)에 배속된다. 이로써 동(東), 풍(風), 목(木), 산(酸)은 간과 관련을 갖게 된다. 이들은 모두 목의 기운과 관련이 있으며 오행(五行)중에는 목에 배속(五行配屬)된다.

이들은 또한 각각 다른 고유한 뜻을 가진 어휘이지만 간을 얘기할 때는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하루의 시작은 동쪽에 해가 뜨는 것부터이지만 1년의 시작은 봄부터이다. 그래서 춘(春)도 목(木)에 배속된다. 인생에서 보면 아이가 태어나는 생명의 시작점인 생(生: 태어남)도 목에 배속될 것이고, 나무의 색인 청색(靑色)도 또한 목에 배속된다. 그래서 청춘(靑春)이라 했다. 인생에 있어 푸르고 푸른 봄이란 뜻이다. 두 글자 모두 목(木)의 기운이 넘쳐나는 싱그럽고 해맑음 그 자체이다.

<소문 사기조신대론>에 보면 사계절을 어떻게 보내야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장문에 걸쳐 나와 있다. 봄날을 발진(發陳)이라 했다. 겨우내 묵은 것(陳)을 헤집고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마치 새순이 죽은 것 같이 말라 비틀어진 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형상이다. 그래서 천지에 모두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차고, 만물이 모두 번영하게 된다고 했다(春爲發陳, 天地俱生 萬物以榮). 또한 이런 생명이 넘쳐날 때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어떠한 것도 죽이지 말고, 무엇이든 남에게 주기만 할 뿐 빼앗지 말고, 상(賞)을 줄지언정 벌(罰)은 주지 말라고 했다. 김혜자 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의미가 꼭 들어 맞는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에는 대역죄인도 때를 기다려서 사형에 처했다. 이를 대시(待時)라 한다.

어떤 때를 기다린다는 뜻일까? 만물이 다 시들고 죽어가는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형제도가 있을 때, 대통령 임기 말에 형을 일괄 집행한 것도 대시(待時)이지만, 추상(秋霜 :가을 서리)에 모든 식물들이 시들어 말라 죽을 때 형이 집행되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야할 때 가는 것이라서 더욱 자연스럽다.

성격이 급한 임금이거나, 분노를 못 참을 정도의 대역죄인이면 부대시(不待時)로 처리한다. 그래서 종종 참부대시(斬不待時)같은 어휘가 실록에 등장한다. 꼴도 보기 싫으니 빨리 참하라는 뜻이다.

봄과 가장 가까운 것이 인체에서 간(肝)이다. ‘몸이 천냥이면 간은 구백냥’이라는 속담처럼 간은 인체에서 무수히 많은 효소로 해로운 물질을 해독해 묵은 것을 새롭게 하고(발진ㆍ發陳), 저장해 놓은 글리코겐 같은 에너지원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꾸준하게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 한의학에서도 파극지본(巴戟之本)이라고 했다. 피로를 담당하는 기관이란 뜻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간은 속에 피가 가득 차 있어 새싹처럼 말랑말랑한 것이 정상이다. 외부에서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말랑말랑한 것이 짓이겨져서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다. 일이나 인간관계 미숙으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이 그것을 모두 감당하게 된다. 간은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온몸으로 보내는데, 스트레스로 그 일을 방해받으면 새순같이 말랑말랑했던 간이 말라비틀어져 딱딱하게 변화한다. 그것이 간경화(肝硬化)다.

간경화 환자들은 크게 3가지가 원인이다. 술로 인한 스트레스가 첫 번째요, 자신이 자신에게 엄격하게 대하면서 지나친 결벽증으로 생긴 스트레스가 두 번째요, 자신이 넘을 수 없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발생한 스트레스가 세 번째다.

스트레스를 한의학적으로는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한다. 울창한 산림 속에서 갑갑함을 느끼듯 간의 기운이 밖으로 펼쳐지지 못하고 꽉 막혀서 결박되어 있는 현상이다. 간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술과 고량진미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자신에게 엄격했던 사슬을 풀고, 수시로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취미생활을 ?아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이것도 취미에 안 맞으면 혼자 명상이나 참선을 해서 나를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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