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역사의 이슬람 성지 지금도 땅 밑엔 수많은 유적이46m 첨탑과 고성·금시장 등 이방인에겐 휴식과 신비로움의 대상

칼란 미나레트
우즈베키스탄 부하라는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삶이 깃든 땅이다. 기원전부터 실크로드를 횡단하는 행상들의 오아시스 도시였으며 몽골, 티무르 제국 등 숱한 외세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등 또 다른 오아시스로 향하는 소통의 도시이자 2500년 이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도이기도 하다.

'부하라에선 빛이 땅에서 하늘로 올려 비친다'는 속담처럼 도시전체가 하나의 신비로운 빛을 낸다. 2,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슬람 성지인 부하라는 처음 도시가 생성됐을 때부터 한 번도 그 위치를 옮기지 않은 채 수직적으로 성장해왔다. 지금도 지하 20m 깊이에서 주거지와 공공건물 등의 유적들이 발굴되고 있다.

거리에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타키라는 둥근 지붕의 시장 건물, 미나레트(탑) 등이 남아 있다. 양젖빛 담벽에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맬 때면 이슬람의 중심에 온 느낌이 진하게 번져간다. 성인 남자들은 4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까라꿀'(전통 털모자)을 머리에 쓰고 다닌다.

구도심의 상징인

부하라 여행의 출발점은 구시가지 한가운데 우뚝 솟은 다. 46m 높이의 첨탑은 불을 지피면 실크로드의 나그네들을 위한 '사막의 등대' 역할을 했다. 13세기 몽골 칭기즈칸의 침입 때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됐을 때도 알록달록한 푸른빛을 내는 이 탑만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는 죄인을 주머니에 넣은 뒤 꼭대기에서 던지는 풍습이 19세기까지 이어져 죽음의 탑으로도 악명 높았다. 그 옆 208개의 기둥이 어우러진 카란 모스크는 금요일이면 1만명이 넘는 신도들이 모이는 사원이다.

고대 부하라의 발상지인 아르크 고성
은 몽골군에 의해 숱한 살육이 이뤄진 곳으로 왕, 귀족들의 유물과 더불어 노예들의 처참한 생활상과 잔혹한 처형 공간들이 공존하고 있다.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부하라는 8세기에 아랍인이 침입해 와 언어와 종교가 바뀌었고 투르크족과 칭기즈칸의 침략을 받기도 했다.

아르크 고성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현존 중앙아시아 최고의 이슬람 건물인 샤마니 묘당이 자리잡았는데 1925년 흙 속에서 발견된 이 묘당은 햇볕에 말린 벽돌을 요철 모양으로 쌓아 명암을 나타낸 게 특이하다. 진흙 벽돌은 수천 년을 견딜 수 있도록 낙타젖을 반죽해 만들어졌다. 욥이 지팡이를 세웠더니 물이 솟았다는 성서에 등장하는 욥의 샘인 '차슈마 아유프'도 그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다.

동서문명 교류의 관문이 된 시장

에서 아르크 고성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자르가른이라는 희귀한 도 들어서 있다. 오전 한때 장이 열리면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금을 구입한 뒤 저울로 달아보며 각기 다른 모양의 장신구를 일제히 거래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구 시가지 여행은 골목을 거닐며 좌판에서 이것저것 흥정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페르시아와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부하라는 동서문명 교류의 관문이었으며 도시의 서쪽을 흐르는 자라프샤 강은 2500년 동안 오아시스 역할을 했다. 때문에 예부터 부하라 시장에서는 인도 모직, 러시아 가죽, 중국 비단이 거래됐고 노예시장도 대성황을 이뤘다. 그 명맥이 이어져 이곳 시장에서 파는 수제품들은 중앙아시아의 희귀한 물건들을 절반 가격에 흥정할 수 있으며 골목에서 서민들이 파는 생필품들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알둘라혼은 카펫을 파는 시장이고 셀팍에서는 털모자를 만들어 판다.

부하라 구도심 전경
옛날 실크로드를 오가는 행상들은 숙소가 밀집해 있는 '라비하우스'거리 평상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독을 풀곤 했다. 천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부하라는 그 넉넉함과 신비로움으로 이방인들에게 오아시스같은 휴식과 신비로움을 전해주고 있다.

여행메모

▲ 가는길=인천 타슈켄트간 직항편이 운항중이며 타슈켄트에서 부하라까지 항공편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서남부지역에 위치한 부하라는 수도 타슈켄트에서 버스로는 10시간 소요된다.

▲ 기타정보=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는 라비하우스 인근에 밀집돼 있다. 이곳에서 달러를 현지화폐인 숨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부하라는 옛 레닌광장을 경계로 북쪽의 구시가지와 남쪽의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의 주요관광지는 대부분 승용차가 다니지 않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이슬람에서 가장 오래된 샤마니 묘
금시장
부하라의 골목

글ㆍ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