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두루 맛볼 수 있는 '명품 산책길'본디 이름은 '고귀한 금'이라는 뜻의 항금산소나무로 뒤덮인 황금산 사시사철 초록빛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코끼리 바위' 명물

황금산사에서 굽어본 가로림만과 벌천포 해변.
예로부터 충청남도 서산시를 대표하는 경승으로 서산 8경이 꼽혀 왔다. 가야산 산수골의 물소리, 석문봉에 걸린 여름구름, 개심사 경내의 고요함, 용비동의 가득한 봄 풍경, 여미리의 음력 사월 달밤, 옥녀봉의 아침 솔밭, 도비산의 저녁노을, 간월호의 겨울철새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서산 8경은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하여 서산시는 2012년 3월 대국민 공모를 실시해 후보지 30곳을 압축한 후, 전문가 자문과 자료 분석을 통해 아홉 곳을 꼽아 서산 9경으로 선정했다.

서산 8경을 대체하여 2012년 8월 8일 최종 선정된 서산 9경을 제1경부터 제9경까지 차례로 꼽으면 해미읍성,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간월암, 개심사, 팔봉산, 가야산, 황금산, 서산 한우목장, 삼길포항 등이다. 서산 9경의 대부분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제7경으로 꼽힌 황금산은 다소 낯선 곳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산반도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황금산은 일부분만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흡사 섬처럼 고립된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1988년 5월 삼성종합화학이 들어서면서 육지와 완전히 이어졌다. 황금산에 있는 2개의 동굴은 예로부터 금을 캐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황금산의 서쪽은 바위 절벽을 이루며 깊은 바다와 접해 있는데, 황금목이라 일컬어지는 앞바다는 수심이 깊은데다 간조 때 특히 유속이 빠르고 파도가 높아 험한 뱃길로 알려져 왔다.

본디 이름은 '고귀한 금'이라는 뜻의 항금산

황금산사는 임경업 장군과 산신령을 모신 사당이다.
1912~1919년 사이에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조선지형도와 1926년 발간된 서산군지에 황금산(黃金山)이 표기돼 있다. 그러나 황금산의 본디 이름은 항금산(亢金山)이었다고 전해져 오고 있으며, 1872년의 지방지도에는 항금산(項金山)이라고 기록돼 있어 한자 표기가 다르다. 황금은 평범한 금이고 항금은 고귀한 금을 뜻하므로 마을의 옛 선비들은 고집스럽게 항금산이라고 불러 왔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산과 바다의 정취를 두루 맛볼 수 있는 황금산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오랫동안 군사작전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오다가 최근 개방되면서 이곳의 빼어난 비경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명품 산책길로 떠오른 것이다.

독곶리 포구와 바지락 양식장, 갈대밭 등의 아늑한 운치에 젖어들어 잠시 걸으면 등산로 안내도가 걸려 있는 황금산 입구에 다다른다. 황금산은 온통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서 사시사철 초록빛을 간직한 채 나그네를 반긴다.

등산로 입구에 놓인 층계를 오른 뒤에 완만한 경사의 솔숲 길을 600미터쯤 헤치면 4거리 쉼터에 이른다. 주말과 휴일이면 컵라면과 커피, 막걸리 등을 파는 이동 상인이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다.

몽돌 해변의 명물 코끼리바위

몽돌 해변의 절경인 코끼리바위.
이곳 4거리에서 오른쪽으로 650미터쯤 가면 헬기장을 지나 끝골 해안에 닿지만 그리로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왼쪽 길로 200미터 남짓한 지점에 있는 황금산 정상으로 향한다. 해발 156미터의 황금산 정상에는 제법 우람한 돌탑이 우뚝 서있고 바로 아래로는 아담한 규모의 황금산사가 자리해 운치를 돋운다.

황금산사는 절이 아니다. 이 지역에 들렀던 임경업 장군과 산신령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으로 인근 주민과 어부들이 풍년과 풍어, 안전 등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황금산사는 조망도 빼어나다. 떡갈나무 사이로 굽어보이는 가로림만과 벌천포 해변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4거리 쉼터로 되돌아온 뒤에 100미터쯤 더 가면 또 다른 4거리 쉼터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200미터 남짓 가면 해식 동굴인 굴금, 왼쪽으로 200미터쯤 내려가면 몽돌 해변에 이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몽돌 해변 쪽으로 향한다. 내려가는 도중에 만나는 돌탑은 소망을 적은 쪽지를 걸어놓는 곳으로 사랑받는다.

황금산 아래의 몽돌 해변은 모래 대신 크고 작은 자갈들이 깔린 아담하고 아늑한 바닷가로 바다 건너 저 멀리 보이는 이원반도가 한결 운치를 더한다. 겨울이면 굴과 다시마를 따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고 갯바위에서 바다낚시에 심취해 있는 강태공들도 종종 눈에 뜨인다.

몽돌 해변에서 첫손 꼽히는 절경은 단연 코끼리바위다. 흡사 코끼리가 긴 코를 드리우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은 기묘한 자태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며, 단단한 암벽 틈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코끼리바위 아래로 뚫린 구멍 사이로 오갈 수도 있다.

황금산 정상에 돌탑이 서 있다.
▲ 찾아가는 길

당진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서해로-탑동 교차로-대호만로-삼봉 4거리-대호로-대호만로-화곡 교차로-평신1로-큰들길-독곶논골길-독곶해변길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서산으로 가는 버스를 탄 뒤에 독곶 방면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황금산 입구에 가리비구이 전문점들이 10여 곳 늘어서 있다. 연탄불이나 숯불 위에 석쇠를 올리고 그 위에 가리비를 얹어 굽는다. 가리비가 입을 쩍 벌리면 겉 뚜껑을 떼어내고 물기가 마르기 전까지 1분 남짓 익혀야 가장 맛난 상태가 된다. 구운 가리비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바다의 담백하고 싱싱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가리비를 먹고 나서 새우, 오분자기, 게, 매생이 등이 듬뿍 들어간 해물칼국수로 입가심하면 금상첨화다. 전복ㆍ광어ㆍ우럭ㆍ장어 등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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