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맛집(118)] 의정부 맛집경계지·미군부대 등 지역 특색 따라 음식문화 형성돼평양면옥·오뎅식당·남원순대국 등 외지에서 들어온 음식 많아

평양면옥
'의정부(議政府)'라는 지명은 언제, 어떻게 유래된 것일까?

의정부시의 홈페이지대로 따른다면 상당히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된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조선3대 국왕 태종은 태조, 정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다. 물론 2차례 왕자의 난을 겪었다. 방번, 방석 형제도 죽였다. 아버지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함흥으로 가서 묵묵부답. 그저 오는 사람마다 죽인다. 다음은 의정부시 홈페이지의 내용 일부다.

"(전략) 그러나 그 후 태조는 화가 누그러지는 듯하면서 태종 2년(1402) 12월에 지금의 의정부까지 돌아오게 되었다.

태종은 부왕을 맞으려고 천막을 치고 잔치를 베풀었다. 그러나 태조는 활의 명수이기 때문에 중신 하륜(河崙)은 부왕 태조가 반드시 태종을 해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천막에 큰 기둥을 많이 세웠다. 그 결과 태종은 순간적으로 기둥 뒤에 몸을 피했기 때문에 다행히도 부왕의 화살을 맞지 아니하였다. (중략) 이리하여 태조는 결국 한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금의 의정부 지방에 장기간 머물렀다고 한다. 의정부 3정승을 포함한 각 대신(大臣)들은 한양보다도 지금의 의정부로 와서 정무(政務)를 의논하고 결재를 태조에게 받았기 때문에 의정부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태조가 한양 도성으로 입성하지 않고 현재의 의정부 지역에서 일을 보는 바람에 의정부 신하들이 이 지역에서 정무를 의논하고 결재를 받는 바람에 지명이 의정부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틀린 내용이다.

우선 하륜의 제안대로 천막의 기둥을 보강해 태조를 맞은 곳이 의정부인지 혹은 서울 근교의 특정지역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양대학교 부근의 사근동 '살곶이다리' 인근이 바로 태종이 아버지 태조를 맞은 곳이라는 설이 오히려 유력하다.

이 지역은 성저십리(城底十里) 지역이다. 조선은 한양 도성 부근에 성저오리, 성저십리 지역을 설정해 적절하게 관리를 했다. 태종은 현재 살곶이다리 부근을 통하여 사냥도 나가고 행궁에도 들렀다. 이 지역은 태종으로서는 낯익은, 친근한 지역이다. 게다가 한양 바깥이지만 한양 도성 사람들로서도 비교적 접근이 쉬운 곳이다. 아무리 화가 난 아버지를 맞이하는 이벤트지만 조선시대 분위기로 국왕이 현재의 의정부까지 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국왕이 그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은 피난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게다가 살곶이다리의 옛 이름은 '전곶교(箭串橋)'다. 말 그대로 '화살이 꽂힌' 다리라는 뜻이다. 예전 태조, 태종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 태조와 태종이 만난 곳은 살곶이다리 부근이 설득력이 있다.

의정부는 양주군 언저리의 한 지역으로 오랫동안 지냈다. 의정부읍이었다가 1963년 의정부시가 되었다. 도시로서는 짧은 역사이고 지금도 도농복합 도시로 남아 있다. 미군부대가 빠져나가면서 도시 얼개가 많이 흔들렸다.

음식도 도시를 따라가면서 바뀌고 지역 음식, 명품 음식, 맛집이 탄생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의정부에서 특이한 지역 음식이나 명품 음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금 맛집으로 불리는 집들도 '의정부 자체 탄생'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들이다.

'' '' ''이 그러하다. ''은 이북 출신인 원 주인이 연곡에서 시작했다가 40년 전쯤 현재의 위치로 가게를 옮긴 경우다. 북한 음식이고 그나마 중간 기착지를 거친 것이다. '의정부 ' '을지로 을지면옥' '필동 필동면옥'은 모두 원주인의 아들, 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 맛은 조금씩 다르지만 파를 잘게 썰어 얹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외양은 공통적이다. 냉면발이 다른 곳보다 가늘고 메밀가루의 함량이 그리 높지는 않다. 육수는 고기 육수를 중심으로 만든다.

오뎅식당
''은 누구나 알듯이 미군부대 덕분에 생긴 음식이다. 의정부시에서는 ''을 비롯해 부대찌개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골목을 중심으로 '부대찌개 전문점 거리'를 만들었다. 부대찌개는 우리 시대가 만든 아주 괜찮은 음식이다. 잘 삭힌 신 김치와 고기 및 육가공식품, 고춧가루가 들어간 재미있는 음식이다. 거기에 우리는 '부대찌개용 라면 사리'까지 고안했다. 아쉬운 것은 국민소득 1,000 달러가 되지 않던 시절에 만든 음식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오히려 내용면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나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아주 괜찮은 부대찌개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은 이름부터 '남원'이다. 중소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순댓국 한 가지만 내놓고 있는 '전문점'이다. 업력 30년을 넘겼다. 주인이 손님이 음식 먹고 난 자리를 끊임없이 살펴본다. 손님의 취향을 알아차리고, 다음에 오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청양고추를 다져 넣은 새우젓과 들깻가루가 호평을 얻고 있다.


남원순대국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