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앨버타

공룡마을 드럼헬러.
'공룡의 추억, 버팔로의 최후… .' 낯선 충격의 현장이 캐나다 앨버타주 남부에서 벌어진다. 캐나다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총 13곳. 그 중 앨버타주 남쪽에만 3개의 세계적 유산이 밀집돼 있다. 공룡 주립공원, 버팔로 점프 절벽,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 등이 로키산맥으로만 알려졌던 앨버타주의 숨겨진 보물들이다.

앨버타 남동쪽에서의 짜릿한 첫 추억은 공룡 때문이다. 첫날밤을 보낸 드럼헬러라는 작은 마을은 인구 6,000명에 공룡 동상만 가득하다. 골목 어귀마다 공룡 모형이 자리잡았고, 가로등에도 공룡이 장식됐다. 침식된 불모지인 '배드랜드'에 위치한 공룡주립공원은 최근까지 공룡이 발굴된 화석지대다. 73㎢에 이르는 황무지에 세계 최대의 공룡 화석지대가 버섯 모양의 침식지형인 '후두'와 함께 어우러졌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레드디어강 기슭 전체가 머나먼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던져준다.

이곳에서는 38종의 공룡이 발굴됐는데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1위다. 흑곰 등 270여종의 동물이 보금자리를 튼 공룡주립공원 북쪽 티롤 고생물박물관에는 수십여종의 공룡 뼈들이 전시돼 있고, 고고학자와 함께 직접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쥬라기공원 등의 공룡영화가 익숙해진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도 증가했다.

인디언이 버팔로를 사냥하던 절벽

공룡공원에서 레스브리지를 지나 남서쪽으로 2시간 달리면 또 다른 동물 세상이 펼쳐진다. 북미평원을 배회하는 소떼와 버팔로 무리들을 감상하다 보면 평원 너머 절벽에 감춰진 박물관이 나타난다. 포르쿠피네 언덕 끝에 위치한 이 절벽은 '해드 스매시드 인 버팔로'라는 별칭을 지녔다. '버팔로 점프로 깨진 머리'라는 뜻으로 대량의 버팔로가 사냥된 곳이다.

베드랜드 공룡화석지대.
아메리카 들소 버팔로는 수천년 동안 인디언들의 주요 식량이었고, 버팔로 무리는 '블랙 풋(까만 발)'이란 이곳 원주민들에 쫓겨 18m 높이 절벽에서 죽음의 점프를 했다. 인디언들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시력이 나쁜 버팔로를 벼랑으로 몰았다. 버팔로 점프는 5,700여년 전부터 시작돼 인디언들에게 말과 총이 보급될 때까지 피비린내를 풍긴 장소다. 북미에만 250여개의 버팔로 점프지역이 있는데 이곳 포르쿠피네 언덕이 가장 오래되고 잘 보존돼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인디언들은 버팔로의 혀를 잘라내 모닥불에 말리며 죽은 짐승의 영혼을 달랬다." 자칭 용감한 '블랙 풋'의 후예라는 현지 원주민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선다.

야생동물 뛰노는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

버팔로 절벽에서 미국 접경지대를 향해 남쪽으로 달리면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과 만난다. 로키의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득한 호수가 된 곳이다. 큰뿔양이 통나무집 숙소를 배회하는 동화같은 장면이 이 국립공원에서는 일상으로 다가선다. 공룡과 버팔로의 역동적인 환영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침전된 세상이 펼쳐진다. 깊이 150m,넓이 525㎢인 초록빛 호수 근처에는 1,200여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호수 건너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텔'은 로키산맥을 찍는 사진가들의 단골 촬영무대다. 호텔을 바라보며 새벽녘 호숫가를 걷는 것은 첫 번째 신선한 충격이다. 워터튼 레이크를 가로지르는 크루즈 체험 역시 숨가쁜 감동을 전한다. 유람선은 미국 몬타나까지 2시간 가량 운행되는데,호수 설산 태양이 연출하는 색상의 조화에 현기증이 난다. 미국과 맞닿은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은 지난 32년 미국의 글래시어 국립공원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국제 평화공원이 됐고, 7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계절이 여름으로 치달으면 앨버타는 밤 9시가 넘도록 해가 지지 않는다. 로키산맥을 넘어 앨버타 남부의 세계유산들과 조우하면 선사시대의 추억, 버팔로의 전설, 자연의 감동이 뒤범벅된 새로운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버펄로 점프 절벽.
여행메모

▲ 가는길=앨버타 남부의 세계유산을 감상하려면 캘거리에서 투어를 시작한다. 밴쿠버를 경유해 캘거리까지 항공편을 이용한 뒤 차량을 빌리는 게 좋다. 캠핑카를 빌리면 숙박비를 아낄수 있는데 공룡주립공원과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에 캠핑장이 마련돼 있다.

▲ 기타정보=앨버타 남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3곳은 승용차로 3시간 거리에 인접해 있다. 캘거리에서 드럼헬러를 거쳐 공룡주립공원까지 승용차로 3시간, 공룡공원에서 남서쪽인 버팔로 점프 절벽까지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버팔로 절벽에서 남쪽 워터튼 레이크 호수까지는 1시간30분이 걸린다.

▲ 숙박=공룡주립공원에서는 인근 브룩이나 드럼헬러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에서는 포구 주변에 위치한 통나무집에서 운치있게 하루를 보낼 것. 공룡주립공원 버스투어와 워터튼 레이크 크루즈는 반드시 체험해보는 게 좋다.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은 5월부터 10월까지 개방되는데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 관광청(www.canada.travel), 앨버타 관광청 홈페이지(travelalberta.kr)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곳 야생동물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으니 명심할 것.


버펄로 무리.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

글 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