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의 따뜻하거나 차가운 기운 활용

옛날에 서인과 남인의 당파 싸움이 심하던 시절, 송시열과 허목은 서인과 남인의 우두머리로 정치적인 대립이 심한 사이였다. 송시열은 어릴 때부터 속병이 있어서 동변(童便, 어린애 오줌)을 늘 받아먹었다는 것으로 보면 가슴에 열이 있고(胸膈熱), 피를 토하거나(吐血), 폐위(肺痿, 폐가 열로 진액이 말라 피부가 마르고 호흡이 곤란)같은 열병(熱病)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동변으로 잘 치료되던 질병이 어느 날부터 안 듣고 다른 의원도 고치지 못하는 데 이르자, 송시열은 의술에 조예가 깊었던 허목 아니면 자기 병을 고칠 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아들을 불러 허목한테 가서 약방문을 받아오게 한다. 서인들이 허목이 처방해준 약방문을 보자 경악하게 된다. 처방이 사약보다도 더한 비상(砒霜), 부자(附子)같은 극약으로만 가득 찼던 것이다. 송시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약방문대로 약을 지어서 서슴지 않고 마셨다. 그리고 병이 씻은 듯이 완전히 나았다. 비록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이이긴 해도 병을 이용해서 죽일 정도의 옹졸하고 비열한 사람들이 아닌 것을 송시열도 허목도 모두 알고서 약효를 높이기 위해 극약 처방을 하고 그 처방으로 된 탕제를 복용했던 것이다.

허목이 비상과 부자를 쓴 이유는 둘 다 대열(大熱)하고 대독(大毒)한 성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열병(熱病)에 너무 오랫동안 찬 성질의 오줌을 장복해서 오장육부가 한성(寒性)을 띠어 오히려 대열한 비상이나 부자를 썼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비슷하게 대열(大熱)한 한약재를 써서 암(癌)을 고친 사례가 있다. 주성분이 비상(砒霜)인 천지산(天地散)이나 옻 추출물로 만든 천연항암제인 '넥시아'로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항암제의 이용없이 말기암 환자의 22%, 3기암 환자의 79%를 5년 동안 생존시킨 보고도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민간에서는 암 예방약으로 당포부자를 환으로 만들어서 하루 2∼3알 정도 꾸준히 복용한 사례가 있다. 그 약을 복용했던 사람들을 추적해서 효과를 검증해야 하지만 그렇게 했다는 말은 없다.

암(癌)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열(大熱)한 비상, 부자, 건칠 같은 한약으로 치료한 것으로 보아 암의 특성이 대한(大寒)하거나 대습(大濕)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본다. 사기(四氣)란 한약이 품고 발현하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기운인 한열온량(寒熱溫凉)을 말한다. 열약(熱藥)은 대한(大寒)한 증상을 치료하며, 열약의 대표는 부자, 육계, 건강, 초오가 대표적이다. 부자는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대열(大熱)하면서 독성도 있어 일반인이 쓰기에는 곤란하다.

한동안 언론에서 말한 '아침 공복에 냉수 한잔이 보약' 때문에 오랫동안 이 원칙을 지켜 아랫배가 차갑고 손발이 시린 사람들에게 부자를 쓴다. 손발이 시리고 차갑거나 음식물이 전혀 소화되지 않고 밥알이 그대로 나오는 하리청곡(下利淸穀)에도 쓰며, 죽기 직전 모든 에너지가 고갈된 환자에게도 쓴다.

건강(乾薑)은 말린 생강이다. 강(薑)이 들어 있는 모든 약은 맵다. 요즘 냉장고의 발달로 인해 찬 음식위주로 먹어서 체해서 구역질하는 데의 일급소화제는 건강이다. 온약(溫藥)은 겨울철 추운데 있다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느끼는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을 주는 한약으로 대부분 보약(補藥)의 재료들이다. 인삼, 황기, 숙지황, 당귀, 천궁 등이 있다. 이런 한약들은 오래된 질환이나, 대수술 등으로 체온이 떨어져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서 면역력을 높여 건강하게 한다.

한약(寒藥)은 잠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대열을 끄는데 사용된다. 모두 다 쓴 약으로 황련, 황백, 황금, 용담초, 석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열이 많다는 것은 어딘가 심한 염증반응이 있는 것으로 통증이 극심한 경우와도 상통된다. 병원에서 고강도 진통제로 진통되지 않았던 통증을 황련/치자로 잡은 적이 있다. 양약(凉藥)은 각종 원인으로 발생한 뿌리가 없는 작은 열에 사용된다. 열이 위로 치솟아 얼굴이 붉어지거나, 피부 쪽을 은근히 졸여 피부가 거칠어 질 때 사용되며 시호, 목단피, 치자, 지골피 등이 있다. 화병이나 갱년기 증후군에 주로 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