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華商)의 오랜 중식당 독특한 '원조맛''송죽장' 매운 짬뽕 유행 일으켜'대문점' 만두와 오향장육 유명'대성관' 옛맛 유지 짜장면 각별'막내회센타' 코스요리 횟감 최고

오향장육
한국의 화교(華僑)는 흔히 한화(韓華)라고 부른다. 임오군란과 청일전쟁 때 한반도로 들어온다. 주축은 산동성 사람들이다. 중국 본토의 가난과 전쟁을 피해서 한반도로 건너온 화교들은 처음 인천에서 자리를 잡고 곧이어 여의도 일대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가난한 이들은 인천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했다. 더러는 보따리 장사로 중국과 한반도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 중 일부는 영등포로 진출, 농사를 짓는다. 그들이 가져온 씨앗으로 양파와 대파, 배추 농사를 지었다. 영등포 일대에 거주하면서 그 부근의 모래사장인 여의도에서 농사를 지었다. 영등포에 은근히 화상들의 오래된 식당들이 모여 있는 이유다. 다른 곳의 화상들이 나중에 친척이 있는 영등포 일대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 여의도는 모래사장이었다. 마치 반도처럼 영등포에 붙어 있는 땅을 일본인들이 잘라내서 섬으로 만들었다.

'송죽장'은 60년 업력의 화상(華商) 노포다. 물론 일제강점기 후인 해방 후에 생긴 집이다. '송죽장'의 송죽은 소나무와 대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수명이 긴 두 나무들처럼, 오래가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한때 매운맛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캡사이신까지 들이 부은 매운맛은 '송죽장' 음식의 매운맛과는 다르다. 짬뽕의 원형인 초마면은 매운맛도 아니고 붉은 색깔도 아니었다. 매운, 붉은 짬뽕은 한반도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퓨전짬뽕인 셈이다. 원형 매운 짬뽕은 순한 초마면에 매운 고춧가루를 얹어서 입이 얼얼하도록 만든 것이다. '송죽장'의 삼선고추짬뽕은 깊이가 있고 자연스러운 매운맛이다. '송죽장'은 매운맛이 유행하는 초기, 매운 짬뽕의 유행을 일으킨 집이다. 삼선고추짬뽕에는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고추쟁반짜장도 인기다. 역시 매콤하다. 탕수육은 파인애플이 들어가 단맛이 난다. 아쉬운 점이지만 매운맛과는 궁합이 좋다. 늘 기다려야 하고 앉기도 전에 주문을 미리 해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다. 매운맛 때문에 가려진 짜장면과 물만두 등도 수준급이다.

'대문점'도 중식당으로 유명하다. 참 재미있는 집이다. 화상이 운영하던 집으로 '문정점'이 있었다. 30여 년쯤 전에 원래 주인인 화상으로부터 한국인이 가게를 이어받았다. 이름을 '대문정점'으로 바꿨다가 다시 '대문점'으로 바꿨다. 가게는 좁고 허름하다. 깔끔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곤란하다. 시장통 한 구석에 있는 마치 분식집 같은 분위기다. 한쪽 귀퉁이에 주방이 있고 연신 만두를 쪄내는 바쁜 모습을 볼 수 있다. 앉아서 먹어도 되지만 테이크아웃이 많다. 전형적인 중국 만두를 적절하게 한국식으로 바꾸었지만 아직은 중국 만두 모습에 더 가깝다. 미역국이 특이하다. 중식에는 미역국이 없다. 전분이 들어가 걸쭉하게 늘어지는 국물은 마치 중식 수프 같다. 보기보다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 만두와 이 유명하다. 짜장면과 짬뽕은 없다. 만두피의 탄력과 육즙이 좋다. 도 짭짤한 맛이 아주 좋다. 수준급이다.

대문점 만두
'대성관'은 한화의 살아온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집이다. 현재 주인의 조부가 산동성에서 가난과 흉년을 피해 한반도로 건너왔다. 흉년은 소설에서나 봤던 메뚜기 떼의 중국대륙 습격 때문이었다. 북쪽을 거쳐서 한반도로 건너온 이들은 영등포로 와서 호떡도 팔고 만두, 월병도 팔았다. 현 주인의 윗대가 얼마간의 돈을 모아서 만든 것이 바로 현재의 '대성관'이다. 이미 3대, 4대 전승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음식 맛은 60, 70년대의 그 맛이다. 그 무렵부터 사용했던 영화장유의 '사자표춘장'을 사용한다. 밀가루는 한번이라도 더 쳐대면 쫄깃함이 강해진다. 다른 집보다 한번이라도 더 쳐대는 것이 좋은 짜장면을 만드는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역시 그리 깔끔한 집은 아니다. 50여 년 전의 오래된 중국식당 모습 그대로다. 음식 맛도 그러하다. 어차피 원형 '자장미엔'은 사라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맛있는 짜장면은 추억 속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조미료 사용을 절제하기를 기대하지만 조미료가 빠진 짜장면은 역시 맛이 없다.

'덕원식당'은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방치탕'을 내놓는 집이다. 엉덩이를 일컫는 방언 중에 '방뎅이'가 있다. 엉덩이가 엉치면 방뎅이는 방치다. 방치탕은 소의 엉덩이뼈와 고기를 넣고 끓인 국이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다. 고기도 담백한 편이다. 국물도 맑고 파를 썰어 넣으면 고기 누린내 없이 먹을 만하다. 가격이 싼 편이었는데 고기 값이 오르니 예전처럼 푸짐하고 싼 편은 아니다. 저녁 시간이면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는 동해안 바닷가를 만날 수 있는 식당이다. '막내수산'이라고도 부른다. 메뉴는 코스요리 하나뿐이다. 일인당 가격만 정해져 있다. 앉으면 인원수대로 음식이 나온다. 그날 동해안에서 구한 가장 좋은 생선들을 만날 수 있다. 회, 새우, 게, 고둥, 오징어 등이 코스대로 조리되어 나온다. 횟감으로 혹은 찌거나 삶아서 내놓는다. 처음 내놓는 보리새우를 잊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코스의 마지막은 뜬금없는 라면이다. 신 김치와 앞서 나온 새우 대가리를 넣은 육수로 라면을 끓인다. 이 라면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사람이 많다.

송죽장 짬뽕
무뚝뚝한 주인이 이틀에 한번 꼴로 동해안에서 장을 봐온다. ''가 동해안의 생선 값을 다 인상시켰다는 말도 있다. 인상이 무뚝뚝해서 친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덕원식당 방치탕
대성관 볶음밥
막내회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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