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때 허리나 엉덩이에 통증… 척추 염증 원인

20대 초반 군인이었습니다. 허리통증 때문에 휴가 나온 김에 병원을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몇 달 넘게 허리ㆍ엉덩이 주변에 통증이 계속돼서 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답니다. 군병원에서 MRI검사를 했는데 약간의 허리 디스크 외에 특이 소견은 없었다고 하네요. 직접 가져온 검사 자료를 보니 정형외과 전문의가 볼 때 허리 디스크라고 하기에 민망한 약간의 이상소견만 있었습니다. 다른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환자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꾀병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일을 하거나 움직일 때는 통증이 없는데, 쉴 때는 통증이 심해진다는 것. 주로 아침에 일어나면 통증이 심해지다가 다시 활동하면 통증이 없어지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꾀병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법 받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음고생도 많았답니다.

이 환자의 증상을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풀어서 설명해 볼까요? 흔히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 병들은 주로 움직일 때 악화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흔하지는 않지만 휴식을 취할 때 통증이 악화되는 병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그 이름도 꼿꼿한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염증성 질환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질환의 이름처럼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서 척추에 강직이 오는 병입니다. 주로 20~40대에 서서히 발병하는데요. 발병 초기에 꼬리뼈와 골반뼈가 연결되는 천장관절이라는 곳에서 염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추 이외에도 다른 관절부위나 눈, 위장관, 심장 같은 곳에서 문제를 같이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병을 앓는 환자들 90%에게서 HLA-B27이라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됩니다. 유전자 문제도 이 병의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질병 초기에는 증상이 모호하고 정밀검사를 하지 않는 한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씩씩한 20대 군인 환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추가 MRI검사에서 천장관절부위 염증 소견이 발견됐고, 혈액검사에서 유전자 이상과 염증 소견이 발견되어 초기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 병은 주로 염증을 없애주는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뻣뻣해지는 강직이 찾아옵니다. 척추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휴식을 취할 때 주로 허리나 엉덩이에 통증이 생기거나, 자고 일어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때는 이런 척추염증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병의 초기에 간단한 x-ray 검사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달 넘게 이런 증상이 지속될 때는 꼭 정형외과를 찾아서 전문의와 상담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꾀병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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