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약효 증가와 부작용 감소

독초를 먹고 생사를 헤매던 신농(神農)이 우연히 발견한 찻잎을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거나, 달마대사가 수면입마(睡眠入魔) 즉 잠을 자기 위해서 눈꺼풀을 잘라 버린 곳에서 차나무가 자라났다는 차(茶)에 대한 설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유입되어 고려 때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쓰일 만큼 차(茶) 문화가 귀족과 승려 층에서 번성했으며 고려 성종 때부터 다방(茶房)이라는 관청이 있어 국가의 의식 때 쓸 차를 관리했다. 우리나라 대표 차인 작설차(雀舌茶)는 곡우와 입하 사이에 처음 나온 차나무의 새순을 참새 혀 만할 때 따서 만든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순은 독하다. 봄에 새순을 먹고 낭패를 보는 사람이 많다. 새순이 날 때 언 땅을 뚫고 나와서 40도 정도 열을 내는 경우도 있고 독성도 있다. 그래서 차를 만들 때는 뜨거운 가마솥에 덖어주고 비벼주는 것을 4∼5차례 걸쳐야 비로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차(茶)가 된다.

이렇듯 차(茶)에 대해서도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려고 하는데, 질병에 쓰이는 한약은 어떻겠는가? 차(茶)와 유사하게 한약재로 쓰이는 자연계의 식물, 동물, 광물 등은 한의학이론에 근거해서 치료에 적합하도록 약물로 가공처리되는데 이를 수치(修治)라 한다. 예전에는 수치(修治)를 포자(炮炙)라고 불렀다. 포자라고 한 이유는 주로 굽는 것으로 한약을 수치했기 때문이다. 원시인이 채취한 동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구토, 설사 같은 문제를 일으킨 것을 극복하고자 불을 사용해 음식을 굽거나, 끓이거나, 익혀서 섭취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음식의 섭취과정과 한약의 섭취과정이 동일한 궤적을 그리면서 닮아있기 때문이다.

수치(修治)의 첫 번째 목적은 한약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제거하거나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치료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독성이나 부작용이 있으면 임상에서 안전적으로 응용하기 어렵다. 초오(草烏)는 부자만큼 대열(大熱)하고 맹독(猛毒)이 있어서 잘 사용할 수 없다. 초오를 사용할 때는 감초와 검은콩에 쪄서 독성을 해독한 후에 사용한다. 감초와 검은 콩 두가지로 된 처방을 감두탕(甘豆湯)이라고 하는 데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한방의 첫 번째 약이다. 검은 콩이 없을 때는 감초만 대량으로 다려서 쓰는 경우도 있다. 그 외 해독약에는 녹두가 있다. 그래서 한약을 복용할 때 녹두나 녹두로 만든 숙주나물, 빈대떡은 섭취를 금지한다. 한약을 맹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약물의 성질을 변화시키거나 완화시키는 용도로 수치한다. 약물은 각각 고유한 기미(氣味)를 가지므로, 너무 찬 약은 양(陽)을 상하고, 너무 열이 많은 약은 음(陰)을 상하게 한다. 너무 시큼한 약은 치아와 근육을 손상시키고, 너무 쓴 약은 위장을 상하게 하므로 수치를 통해서 약의 성질을 변화시켜서 사용해야 한다. 마황(麻黃)이란 한약은 채취한 것을 수치하지 않고 그대로 쓰면 몸살 감기에 걸려 으슬으슬 춥고 전신의 근육이 아픈 데 좋다. 마황은 따뜻하며 매운 온신(溫辛)의 성질이 있어 매운 성질이 피부 쪽으로 발산시키고 따뜻한 기운이 피부 쪽으로 순환을 잘되게 하기 때문이다. 마황(麻黃)을 꿀에 볶아서 사용하면 마황의 온신(溫辛)한 성질이 크게 완화되고 폐를 보해서 기침이나 천식에 사용된다. 우리나라 갯가나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들이나 애기 부들을 건조해서 만든 꽃가루를 포황(蒲黃)이라 하는데, 생으로 쓰면 어혈을 없애주고, 피를 잘 돌게 하지만 볶아서 쓰면 지혈(止血)을 시키는 약이 된다. 피부의 출혈에는 형개(荊芥)나 방풍(防風)을 숯이 될 때까지 볶아서 쓰는 데 이를 초탄(炒炭)이라 한다. 셋째는 불순물을 없애고 보존을 용이하게 한다. 흙이나 불순물을 깨끗하게 씻고 동물의 머리, 다리, 털 등을 잘 정리하고 굽거나 찌고 건조해서 벌레의 알이 안 생기게 하고 오랫동안 보존해도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복용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자석, 모려(牡礪,굴껍질), 별갑(鱉甲, 거북등딱지)등은 단제(煅製)하면 바삭해서 쉽게 부서져 유효성분 추출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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