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 줄이는 살빼기는 오히려 해롭다

여름이다. 노출의 계절이다. 초봄이나 늦봄부터 여성들은 이미 은밀하고 위대하게 ‘살과의 전쟁’을 시작했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시작도 창대하고 나중도 축복받을 멋진 몸매를 상상하며 살빼기에 올인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한 과다지출이야 부작용 축에도 못 끼는 게 현실. 관련업계도 여성들을 부추긴다. 날씬해야만 행복한 거라고, 뚱뚱해서 어떻게 건강할 수 있겠느냐며 여성들을 다그친다. 그래서 여자 연예인들 체중은 한결같이 40Kg 중반이다. 수지 47, 한효주 48, 현아 44.

그런데, 이거 정말 위험하다. 무조건 살부터 빼자는 온 세상 ‘초여름 광란’에 정형외과 의사들은 걱정이 앞선다. 혼잣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애초 빼려던 지방은 안 빠지고, 근육만 줄어들면 훨씬 더 손해란 걸 알아야 할텐데…”

의사로서 가장 걱정되는 살빼기 방법 1위는 먹을 거 안 먹고 일단 굶기, 2위는 벼락치기로 갑자기 시작하는 ‘무대뽀’ 운동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갑자기 잘 먹던 밥을 안 먹고 헬스클럽에서 두 세 시간 넘도록 귀가하지 않는다면 일단 뜯어말려야 한다. 금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위험이 크기 때문.

우리 몸 외부를 구성하는 것은 대부분 근육과 지방인데, 남자와 여자를 놓고 보면 여자가 지방 대비 근육량이 적다. 그래서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발달되는 근육량 또한 여자가 적다. 반면에 활동이나 운동량이 적어졌을 때 근육감소 속도는 여자가 더 빠르다. 여성 입장에선 이상하고 억울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건강의 길이 보인다.

어떤 연구결과를 보면 운동을 하지 않은 여자는 10년 단위로 1kg 이상씩 근육이 자연스레 줄어든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전체량의 3~5% 정도씩 감소한다고 한다. 비록 그 수치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여성은 급격하게 근력이 약화된다. 바로 그 이유로 여성들은 관절통증, 근육염증, 골다공증, 비만을 남성보다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해 단식이나 소식을 하게 되면 지방보다는 근육이 더 많이 감소한다는 것. 이렇게 해서 일단 균형이 무너지면, 이후 신체의 균형을 되찾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근육질환, 인대질환, 골다공증 등 다른 신체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체중감량을 위한 단식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대신에 이전 식사량의 2/3 정도로 섭취를 줄이면서 균형 잡힌 영양소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게 좋다.

결국 적절한 식사량으로 근육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즉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기초대사량(쉬고 있어도 소모되는 열량)이 크기 때문에 근육량만으로도 체중유지 및 감량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근육량도 적은 사람이 살 뺀다고 지방만 몽땅 빼는 위험한 운동만 골라서 하는 것이다.

운동이 체중감량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님을 이해하기 바란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할 때 누군가와 경쟁하듯 단기간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효과극대화를 위해 통증을 느끼면서 하는 운동도 좋지 않다. 근육이나 인대 손상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운동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대부분 발생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추천하는 전신운동법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하루 3~40분 정도 고정식 자전거 타기 및 스트레칭을 해준다. ▦여기에 가볍게 20분 정도 걷기를 추가하면 좋다. 이 정도 운동량이 각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확인되면 그 때부터는 ▦ 주 5회로 횟수를 늘린다. 그리고 ▦ ‘코어운동’이라고 불리는 신체중심 강화운동을 덧붙여 해준다.

코어운동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척추 주변근육과 복부 주변근육을 강화시켜준다. 인터넷 검색결과 중에 몇 가지 동작만 골라 꾸준히 실행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가며 상체와 하체 각각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웨이트 운동을 해줘야 근육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근막통증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가장 적절한 체중감량은 1개월에 약 0.5~1kg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수준을 넘어 무리하게 살빼기를 하면 근육과 뼈의 이상을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초여름에 여름 한 철만 준비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몇 년 뒤의 건강과 중장년 이후, 노년의 건강까지도 고려하면서 중장기적 안목을 키워볼 일이다. 인생은 말 그대로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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