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이 아프고 화끈거리는 것도 병이다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에게 발바닥 통증은 매우 중요한 신호이자 사이렌으로 다가온다. 53세 여성 김모씨는 몇 달 전부터 발뒤꿈치 바닥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다. 폐경기를 겪으면서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여기저기 불편한 곳이 많아졌던 참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났다. 병원에서는 족저근막염이라 했다. 치료도 힘들고 오래 걸릴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61세 이모씨. 양쪽 발뒤꿈치 바닥 통증이 몇 년째 조금씩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 30분만 걸어도 발바닥 뒤꿈치 중앙에서 뒤쪽까지 뼛속을 찌르는 듯 아팠다. 맨발로 집에서 잠시 걸을 때도 매우 불편했다. 이씨는 앞서 언급한 김씨와 똑같은 발뒤꿈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김씨와는 달리 ‘지방패드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흔히 발뒤꿈치 통증, 특히 뒤쪽보다 바닥쪽에 통증이 있을 때 다른 병원에서 단순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필자의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진단은 제대로 된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발뒤꿈치 바닥 통증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많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발뒤꿈치 바닥면은 종골이라는 뼈와 골막, 두꺼운 족저근막, 근막 주변에 있는 점액낭, 지방 패드를 포함한 연부조직과 피부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히 질병을 일으키는 구조물이 족저근막이라고 하는 질긴 힘줄. 이 힘줄은 발을 내디딜 때부터 추진해 나아갈 때 우리 몸의 체중을 지탱해주고, 발의 종아치(縱arch=Longitudinal arch=평발 유무를 가리는 발바닥의 아치 모양)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만약 이 구조물이 없다면 우리는 늘 탄력없이 푹 퍼져 있는 발바닥 모양을 보며 살고 있을 것이다.

족저 근막은 종골이라는 뼈의 바닥부분에 붙어있으면서 발바닥 중앙부를 거쳐 1,2,3,4,5 다섯개 가지를 펼쳐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 족저근막에 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뒤꿈치뼈(종골)에 부착되는 부분. 족저근막염이란 것은 족저근막의 퇴행성 변화로 인하여 만성적인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 잘 발생하고, 평발 요족 등 발모양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마라토너, 장거리 육상선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몸무게가 급격히 증가한 경우에도 잘 생기며, 맨발로 일하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발생빈도가 높다.

발뒤꿈치 바닥 통증으로 환자가 내원하면, 체중부하 발 방사선(x-ray)을 찍어서 발모양 특히 아치 모양을 관찰한다. 그리고 종골 돌기부분에 부리모양의 골극이 있는지를 역시 살펴본다. 혹 외래에서 발바닥에 뼈가 자라고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면 종골 돌기부분의 골극이 자란 것이다. 이는 족저근막염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소견이디. 실제 발병한지는 오래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자들 중에서는 “자란 뼈를 깍아내는 수술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골극이 있다는 것은 힘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게 질병의 경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한다고 해서 완치되는 것도 아니다.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벼룩을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몽땅 태우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촬영 이후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발바닥 초음파가 필수적이다. 발바닥 초음파상에서 실제 족저근막 두께를 잴 수 있는데, 아프지 않은 발의 족저근막 두께를 먼저 잰다. 아픈 쪽에 2mm 이상 부종이 있으면 족저근막염으로 봐야 한다. 절대치가 보통 4mm 를 기준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5mm 이상 두꺼워져 있는 경우, 임상적으로 족저근막염으로 진단한다. 족저근막뿐 아니라 지방패드 두께라든지, 점액낭에 물이 찬 소견 등도 관찰할 수 있다. 아울러 족저근막에 생기는 섬유종의 유무도 관찰 할 수 있다.

진단이 되면, 이제 치료를 하는데, 급성기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소염 진통제와 발목 부목(반깁스)이 도움이 된다. 부목을 대서 걷게 되면 정상적인 걸음걸이를 할 수 없어 발바닥 전체면으로 딛고 다녀야 한다. 이로써 족저근막, 아킬레스 힘줄, 발목 주변 대부분의 힘줄에 부담을 덜어주어 급성기 통증을 줄여준다.

밤에 잘 때 부목을 착용하게 되면, 잠자는 동안 힘줄이 수축하는 것을 막아준다. 아침 첫발 통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 만성적인 족저근막염인 경우에는 체외충격파가 도움이 된다. 충격파를 맞을 때 약간 아프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확한 부위에 충분한 양의 초음파 에너지를 주게 되면 점차적으로 좋아진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단기적으로는 잠시 통증을 경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힘줄 자체에 해가 되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오래 서서 일하거나 많이 걷는 직업군의 환자들, 지방패드 증후군이 같이 동반된 환자들, 평발이거나 요족인 발모양을 가진 환자에겐 맞춤깔창 치료도 도움이 된다. 맞춤깔창으로 내측 ‘종-아치’를 받쳐줌으로써 족저근막의 스트레스를 분산시킨다. 뒤꿈치 패딩을 넣어 쿠션감을 줘서 발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원리다. 가격부담이 있다는 단점 이외에는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

간혹 발모양이 심한 요족인 경우, 혹은 당뇨가 오래되어 족저근막 자체가 너무 신축성이 없어 근막을 절개해 주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수술적인 치료를 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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