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벽증후군과 퇴행성 관절염

무릎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누구라도 놀란다. 많은 사람들이 무릎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 되어 병원을 찾는다. 정형외과 무릎전문의인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무릎에서 소리가 나요.” 라는 것. 소치 동계올림픽의 영웅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도 왼쪽 무릎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고생했다. 쪼그리거나 엎드려 일하는 경우가 잦은 주부들도 마찬가지. 어릴 때부터 소리가 나던 사람도 있고, 세월이 가며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경우도 있고, 전혀 없던 소리가 갑자기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무릎에서 나는 소리는 병일까 아닐까? 구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 소리가 날 때 아픈가 아프지 않은가가 기준이 된다. 소리가 날 때 아프지 않다면 관절 주위 근육과 힘줄 간의 마찰로 세포사이의 기포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일 확률이 높다. 이럴 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소리가 점점 커지거나, 처음엔 ‘딱’하고 나던 소리가 ‘삐거덕’하는 소리에 가까워지면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이는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 연골과 인대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

활동을 많이 할수록 소리가 커지고 통증이 오는지, 아니면 오래 의자에 앉아 있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더 아픈지를 잘 봐야 한다. 삐거덕 하는 소리가 나는지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증상을 잘 관찰한 뒤에 병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좋다. 그게 MRI를 찍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많기 때문. 무릎에서 나는 소리로 진료할 때는 대부분 환자가 직접 느끼는 증상으로 80% 이상 진단이 이루어진다. 그 외 20%에서만 MRI 같은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이렇게 정밀검사를 거쳐 진단하는 병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추벽증후군’과 ‘퇴행성 관절염 초기’이다. 이 둘은 증상부터 차이가 난다. ‘추벽증후군’은 주로 ‘딱’하는 소리가 무릎을 굽혔다 펼 때 나기 시작한다. 이상화 선수가 바로 이 경우로 알려져있다. 심해지면 걸을 때도 소리가 나며 어느 순간부터는 소리와 동시에 통증이 온다. ‘퇴행성 관절염 초기’에는 ‘삐걱삐걱’하는 느낌이 강하고, 계단이나 경사진 곳을 걸을 때 특히 불편하다. 평지는 웬만큼 걸어도 힘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퇴행성관절염 초기에 생기는 이런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릎을 조금 더 아껴준다는 마음으로 실내 자전거나 고무 밴드를 이용한 자가운동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추벽증후군’은 조금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추벽’이라는 것 자체가 병적인 구조물은 아니고 태어날 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점차 퇴화되어 없어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덜 퇴화되어 남아있기도 한다.

‘추벽증후군’은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동부족이나 체중증가, 무릎을 많이 쓰는 일 등으로 인해 무릎 주변 근육의 불균형이 생기고 압력이 커지는 것이 원인이다. 일시적 염증을 감소시키는 약물 및 주사 치료 이후, 근육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주면 좋다. 무릎 주변 근육운동을 꾸준히 잘 해주는 것으로도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추벽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권유받고 걱정 때문에 필자의 병원을 찾는 환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MRI 검사에서 ‘추벽’은 분명히 나타난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이 ‘추벽’이 아닌 때가 생각보다 많다. ‘추벽’은 누구에게나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MRI 검사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추벽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릎 내에 있는 ‘추벽’ 중 증상이 지속되어 수술을 하는 경우는 전체의 5%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환자들이 ‘추벽증후군’이라는 굳이 알 필요도 없는 병명을 너무 잘 알게 되는 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 지나친 염려가 지나친 치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릎에서 나는 소리를 무시하지 말자. 이유 없이 나는 소리는 없다.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증상 대부분이 그러하듯 미리 신경쓰고 대처하면 그 이후에 생길 수 있는 피해는 반드시 줄일 수 있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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