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돈’ 제주 돼지고기 알려
‘오시리야’꼬치구이 전문점
‘그냥고로케’ ‘더브레드블루’빵
철길 가에는 옹기종기 크고 작은 집들이 들어서고, 철길 가의 풍경은 가끔 사진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철길 쪽으로는 문을 내지 못하니 결국 철길 가 크고 작은 집들은 늘 어깨와 등을 내보이고 있다. 허름한 길,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기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땡땡땡’ 소리가 났다. 승용차와 사람들은 차단 막대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서 기차가 지나기를 기다렸다. 기차는 씩씩하게 달렸다. ‘땡땡땡’ 소리가 멈추고 차단 막대가 번쩍 올라가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철길을 건넜다. 그래서 ‘홍대 철길’이라고도 부르고 한편으로는 ‘땡땡이길’이라고도 불렀다.
홍대에서도 외진 곳이다. ‘산울림소극장’에서 홍대 정문으로 가다가 왼쪽 좁은 골목이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엉뚱하게도 신촌로터리가 나온다. 거미줄처럼 뻗은 골목 안에 많은 가게,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최근에는 작은 축제도 시작되었다. ‘땡땡이길 축제’다. 토요일 오후 작은 공연들 크고 작은 할인행사, 이벤트들도 열린다.
짐승의 내장처럼 꼬불꼬불한 길, ‘하꼬방’ 같은 느낌을 주는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 짬뽕집, 팥빙수집, 직접 만든 가방을 파는 가게, 꼬치 집, 돼지고기 집 등이 순서 없이 뒤죽박죽 모여 있다. 가장 오래된 집은 ‘철길왕갈비’다. ‘오시리야’와 ‘탐라돈’도 이 지역에서는 업력이 긴 편이다.
동네 형인가 싶은 친근한 인상의 주인장이 직접 고기를 관리하고 손질한다. 아무리 바쁜 시간이라도 직접 칼질을 하고 고기를 손질한 다음 내놓는다. 오겹살을 가장 편안하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오시리야’는 홍대 철길에서 가장 유명한 노포 중 하나다. ‘오시리’는 일본어로, 직역하면 ‘엉덩이’다, ‘오리시야’는 ‘엉덩이 집’ 정도인데 엉덩이를 눌러 붙이고 앉아 있을 만큼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현재 위치로 이전하기 전의 가게는 5평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 손님들이 엉덩이를 붙일 정도가 아니라 어깨를 맞붙이고 꼬치와 맥주, 청주 등을 마셨다. 제대로 잘 구운, 꼬치구이 전문이다. 좋은 재료와 성실함으로 승부한다. 일명 ‘영혼을 팔아 굽는 꼬치구이’라는 전설적인 평가도 남아 있다.
지금도 내부는 그리 넓지 않지만 아늑하다. 환기 시설에 잘 신경을 써서 꼬치 굽는 냄새가 실내로 배어들지 않는다. 좋은 숯을 사용하고 10년 동안 꾸준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꼬치 전문점들이 그러하듯이 꼬치에 사용하는, 오래된 양념 통을 보물로 여기고 있다.
‘그냥고로케’. 이름이 재미있다. 홍대 철길의 바깥, 산울림 소극장으로 향하는 길에 작게 자리하고 있다. 홍대 철길의 입구다. 포장판매 위주다. 이름 그대로 그냥 ‘고로케’ 집이다. ‘크로켓’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고로케’가 익숙하고 정겹다.
‘더브레드블루’는 특이한 빵집이다. 효모 빵 등 천연 발효 빵이 인기지만 정작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만한 빵은 찾기 힘들었다.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만한 빵이 없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 힘들다. ‘더브레드블루’는 의미 있는 비건 베이커리(VEGAN BAKERY)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빵이다. 아토피, 알레르기가 있거나 비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빵이다.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다. 모든 빵에는 노 에그(NO EGG), 노 버터(NO BUTTER), 노 우유(NO MILK)라고 당당하게 써 붙였다. 달걀, 버터, 우유가 없는 빵은 심심하고 맛이 없을 거란 선입견은 틀렸다. 맛있다. 바게트는 밀가루 본연의 맛에 아주 충실하다. 검은 깨로 맛을 낸 치아바타는 풍부한 깨의 향과 맛이 살아 있다.
주간한국